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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공소시효 지난 전두환 처벌했던 '특별법', 이춘재는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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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이춘재(56)를 공소시효 적용에서 배제시켜 법적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처음으로 냈다. 현재까지 특별법으로 공소시효 적용을 피해 처벌받은 사례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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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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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사회 정의 실현 위해 특별법 찬성"



22일 경찰청은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등이 발의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 공소시효 적용 배제에 관한 특별법안’과 관련해 찬성 의견을 보냈다고 밝혔다. “실체적 진실 발견과 합당한 처벌을 통한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댔다.

다만 경찰청은 입법 시기에 대해 “현재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라 제정안에서 규정한 범죄 및 지역 이외에도 추가적인 범죄 사실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피의자가 저지른 범죄 종류와 횟수 등이 모두 확인된 이후 이를 반영해 제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이춘재는 최근 살인 14건과 30여건의 강간 및 강간미수를 자신이 직접 했다고 진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살인죄 시효 폐지됐지만 소급 안돼



이춘재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써는 그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 모든 화성 사건 범죄의 공소시효가 2006년 4월2일 만료됐기 때문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마지막 사건인 10차 사건은 1991년 4월 3일 밤 발생했다. 화성 동탄에서 69세 여성이 하의가 벗겨져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15년이었다.

살인죄 공소시효는 2015년 ‘태완이법’으로 폐지됐지만 그 전에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자 지난달 안 의원 등 13명은 ‘화성 연쇄 살인 사건 공소시효 폐지 특별법’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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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죄 유죄 선고를 받을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오른쪽)과 노태우 전 대통령. [중앙포토]



예전에도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에 대해서 특별법을 만들어 처벌했던 사례가 있다. 1995년 ‘5ㆍ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5ㆍ18 특별법)이다. 당시 내란죄 등의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을 공소시효에서 제외해 처벌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 이때도 위헌논란이 일었지만 역사적 특수성 등을 고려해 특별법 통과가 가능했다는 의견이 많다.



민사도 시효가 발목…"특별법도 위헌 소지"



화성 사건의 경우 특별법 제정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소급 입법 금지 원칙에 어긋나며 특히 특정한 사건과 개인을 처벌하기 위한 법률 제정은 ‘처분적 법률’이라고 해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는 “아무리 처벌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해야지 이미 공소시효가 끝나 죄를 물을 수 없는 사건에 대해 계속 특별법을 만들어 처벌 사례를 늘리는 건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진실 규명을 위해서라도 공소시효와 무관하게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춘재는 여전히 경찰의 대면 조사 요구에 응하며 자백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근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민사 소송 역시 시효 문제 때문에 피해자 유족 등이 이춘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는 가해자와 가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 불법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만 가능하다. 경찰이 화성 사건 용의자를 특정한 건 지난달이지만 사건 발생일로 따지만 시효가 소멸될 수 있어서다.

박사라ㆍ최모란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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