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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반기문, 노신영 전 총리 별세 애도 "선배를 넘어 스승 같으셨던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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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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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 외교의 큰 별이 졌다"면서 21일 별세한 노신영 전 국무총리를 추모했다. 반 전 총장은 "제게 고인은 외교부 선배를 넘어 스승 같은 분이셨다"고 기억했다.

반 전 총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 전 국무총리의 서거를 국민과 함께 애도하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한국 외교의 기반을 구축한 김용식 장관, 김동조 장관, 최규하 대통령이라는 외교부 3대 산맥을 이은 또 다른 큰 산이셨다"고 전했다.

이어 "노 전 국무총리는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에도 공이 큰 분이다"라며 "오늘날 제가 외교관과 공직자로서 조금이라고 내세울 점이 있다면, 대부분은 고인 덕분이다. 고인은 공적으로는 몹시 엄격했지만, 사적으로는 부하 직원들에게 아주 자상했다. 그래서 저에게는 엄친의 모습과 동시에 자당의 모습으로 다가온다"고 회상했다.

반 전 총장은 "고인과의 인연은 제가 외교부에 들어간 1970년부터 시작됐다. 기억에 남는 것이 참 많은데, 무엇보다 시대를 내다보는 특별한 혜안이 잊히질 않는다"며 1980년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고인께서 1980년에 '앞으로 10년 이내에 소련·중공과 수교를 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어와 중국어를 택일해서 의무적으로 익히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정확히 10년 후 우리나라는 소련과 수교했고 다시 2년 뒤 중국과 수교했다"며 "전율이 일어날 만큼 정확한 예측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국 외교의 큰 산이자 스승 같은 분의 서거에 슬픔을 누를 길이 없다. 남은 자들이 고인의 유산을 물려받아 더 아름답게 만들자고 다짐할 따름이다. 삼가 편히 영면하시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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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영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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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1930년 평안남도 강서에서 태어났다. 그는 고구마 장사를 하며 돈을 벌어 고학해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법대 졸업 1년 전인 53년 고등고시(외교)에 합격했고, 55년 외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80년 5공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외무부 장관(80∼82년), 국가안전기획부장(82∼85년), 국무총리(85∼87년)를 잇달아 역임했다.

특히 고인은 반 전 유엔 사무총장의 멘토로 알려져 있다. 73년 초대 주인도대사로 부임하며 반 전 총장을 서기관으로 데려갔고 85년 총리 취임 때는 미국 연수 중이던 반 전 총장을 총리실 의전비서관에 임명했다. 반 전 총장은 노 전 총리의 장례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5일이며, 장지는 대전 국립현충원이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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