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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정시-수시 비율 해묵은 논쟁 불붙어 교육계 “정시 확대, 공정성 확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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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비중 상향” 언급에 교육계 들썩

교육부, 정시 확대론 선 그었는데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뒤집혀

“정시 비중 30% 이상” 힘 실릴 듯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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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언급한 데 대해, 교육계에서 “정시 확대는 공정성 확보 방안이 될 수 없다”며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은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 불평등 해소’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이날 대통령의 발언이 해묵은 정시·수시 비율 논쟁에 다시 불을 붙여 학생·학부모·교사들의 혼란만 더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며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정시 비중 상향”만을 말했을 뿐 구체적인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해 국가교육회의의 대입 공론화 이후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하며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30% 이상 확대될 수 있도록 각 대학에 권고했고, 대통령은 이미 나와 있는 개편방안에 근거해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정시 비중 상향’ 발언의 파장은 컸다. 그동안 교육부는 대학 자율성 등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대학들에 ‘30%까지’ 정시 확대를 권고했고, 이런 맥락에서 “추가 정시 확대는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사실상 30%를 상한선이자 하한선으로 설정했던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 대통령이 정시 확대 비중을 높이겠다고 천명하면서, 구체적인 비율을 제시하지 않고도 정시를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비친 셈이다. 청와대 내부에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기류가 있고, 일부 의원이 “50% 이상 정시 확대” 제안을 하는 등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정시 확대의 하한선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며 여기에 호응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시 확대는 고교학점제 등 이번 정부의 역점사업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는데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은 “수능이 한날한시에 똑같은 시험을 치른다는 점에서 더 공정해 보일 수 있지만, 수능 같은 일제고사는 부모 소득이 높고 사교육을 더 받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기회의 형평성으로 보면 더 불공정하다”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입시제도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교사노조연맹도 이날 성명서를 내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또다시 수시·정시 비율 논쟁으로 교육계를 혼란에 빠뜨리게 했다”고 지적하면서 “정시 확대는 사교육 열풍, 강제 자율학습, 문제풀이 교육을 불러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혁신교육의 방향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2025학년도에 일반고까지 전면 확대되는 고교학점제 정책과 발표·토론 위주의 ‘2015 교육과정’과도 정시 확대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거세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국·영·수 위주의 정시를 확대하면 학생들의 선택권을 강화하려는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교육적인 해법의 모색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접근으로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당정청은 ‘깜깜이’ 개편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국민 의견 수렴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정청 사이의 ‘엇박자’도 입길에 오른다. 지난 9월부터 본격화한 대입제도 개편 논의 과정에서 당정청은 모두 정시 확대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줄곧 말해왔다. 그런데 이날 대통령이 갑자기 이를 뒤집었다. 유은혜 부총리는 바로 전날 국정감사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공정성에 우선 집중하겠다”며 ‘정시 확대론’에 선을 그은 바 있다. 당정이 출범시킨 ‘교육 공정성 강화를 위한 특별위원회’에서도 그동안 ‘정시 확대론’은 주요하게 논의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형 이유진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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