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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왜 집회 군중 숫자 파악은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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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권의사람과디지털]

인공지능 기반 정확도 높은 계산법 개발

경찰과 집회 주최쪽의 ‘집회 규모’ 용도 각각 달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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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디지털 기기를 통해 많은 도시에서 시민들의 동선과 행적은 물론, 신원파악까지 손쉽게 이뤄지는 환경이지만 단순한 숫자 계산에 대한 공방이 끊이지 않는다. 대규모 집회 참여자와 시위 군중 규모에 대한 정확성 논란이다.

국내에서만 서초동 대검찰청 집회와 광화문 광장 집회의 규모를 놓고 소모적 공방을 벌이는 게 아니다. 브렉시트 찬반 대립으로 시끄러운 영국에서도 브렉시트 국민투표 재실시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2019.3.23.)의 참여자 규모를 놓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팩트체크가 진행됐다. 주최쪽은 100만 참여자라고 발표했지만, 팩트체크 결과 정확한 참여자 숫자는 확인 불가능하지만 31만2000명에서 40만명 사이의 규모라고 추산했다.

인공지능이 군중 집회 참여자 숫자를 둘러싼 논쟁을 해결할 수 있을까? 지난 21일 영국의 과학기술 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군중 집회 참여자 규모 파악의 정확도를 크게 높인 기술이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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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항공우주센터의 레자 바흐마냐르와 그의 동료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새로운 군중 수효 추정법이 기존 방법들에 비해 훨씬 뛰어난 정확도를 보였다고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논문(MRCNet: Crowd Counting and Density Map Estimation in Aerial and Ground Imagery)은 지난달 27일 논문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org)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항공기, 드론, 헬리콥터에서 찍은 33장의 대형 항공사진에 있는 집회 군중 22만6291명의 사람을 하나하나 헤아린 뒤 이를 인공지능을 이용해 알고리즘으로 학습시켰다. ‘다중해상도 군중 네트워크(MRCNet)’이라고 이름지은 이 알고리즘의 원리는 간단하다. 대형 사진을 자그마한 사각형 이미지로 잘라내고 각각의 사각형에 몇 명이 들어 있나는 확인하는 구조다.

MRCNet의 군중 계산법은 가장 정확도 높은 기존 군중 추산법보다 약 15%높은 정확도를 구현했으며 0.03밀리초 만에 각 이미지 단위에서 사람 숫자를 파악했다. 현재 이 군중 계산 시스템은 일반에 개방되지 않았으나 연구진은 곧 비행기와 헬리콥터에 탑재해 실시간 군중 파악에 활용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알고리즘 훈련과 개발에 활용한 군중 이미지 세트(DLR-Aerial Crowd Dataset)를 곧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군중의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어려운 것은 이것이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자 관련조직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찰 등 집회로 인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쪽은 최대 규모의 군중 움직임에 대비한 작전을 수립해야 하므로, 주로 특정 시점의 최대 군중 위주의 인원 파악을 한다. 이와 달리 집회 주최쪽은 특정 시점의 참여자만이 아니라 전체 시간대에 참여한 사람도 집회 참여자라는 점에서 잠시 집회에 참여한 인원도 모두 계산에 넣는다. 집회 참여자 숫자를 놓고 소모적 공방이 일어나는 기본적 관점의 차이다.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의 키스 스틸 교수는 <뉴 사이언티스트>와의 회견에서 “집회 주최쪽과 정부는 종종 집회의 실제 참여자를 원치 않고 대신 홍보용 숫자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집회 참여자를 파악하는 기술 개발에 투자하지 않아왔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정확한 집회 참여자 규모 파악 기술은 단순 셈하기 문제를 놓고 벌이는 공방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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