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관련 극단적 선택 최소 9명
사회 전체 '불안·무기력' 전염병처럼 확산
전문가 "자살 영웅화, 잘못된 자극 우려"
지난 17일 홍콩 티우켕렝(調景嶺)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위대가 극단적 선택을 한 동료를 위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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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넘게 이어져 온 반정부 시위로 인해 홍콩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홍콩발 기사를 통해 시위 참가 후 불안과 무기력에 시달리는 대학생 및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실제 시위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시위대가 최소 9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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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참가자 "극심한 불안과 불면증, 극단적 시도"
홍콩에서 간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니코 청(22)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7월 경찰의 최루탄과 폭력을 목격한 뒤 처음으로 자살을 생각했었다"며 "4시간 이상 잔 적이 없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동기가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니코 청은 한때 '파이터'로 불릴 만큼 적극적으로 시위를 주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의 물대포를 맞은 뒤 무기력하게 시위 대열에서 빠져나왔고, 이후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다. 지난 8월에는 극단적 선택을 할 준비를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홍콩대학 자살예방연구센터 관계자는 "시위대 대다수인 대학생들은 어린 나이에 뜨거운 의욕에 휩싸여 (시위에) 몸을 던진다"며 "그러나 시위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폭력 등의 충격을 감당하기에 정신적으로 성숙해있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위에 나선 젊은 학생들이 무방비 상태로 극단적 상황에 노출되면서 정신적 충격이 극대화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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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민에도 '전염병'처럼 번지는 불안
정신적·심리적 불안을 겪는 것은 시위대뿐만이 아니다. 전문가 및 공중보건의들은 홍콩의 계속되는 정치적 불안에 전체 시민의 정신건강이 위험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시위에 참여한 학생이든 참여하지 않은 시민이든 (정신적 문제를 겪는데) 큰 차이가 없다"며 "이건 마치 '전염병' 같다"고 진단했다.
홍콩 사마리아자살방지협회(SBHK) 클라렌스 창 상임이사도 "사회 전체가 고통받고 있다"며 "사회 전체에 엄청난 압박이 되고 있으며, 모든 시민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위대의 극단적 선택이 자칫 '순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 6월 29일 로 후이 얀(21)이라는 이름의 시위자가 "홍콩 시민들이여, 우리는 오랫동안 투쟁했다. 우리의 신념을 잊어선 안 된다. 계속해서 전진해야 한다"는 글을 남긴 채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그의 동료 피터 룽(21)은 "(그에게) 영웅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며 "그것(자살)은 가치가 없는 선택"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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