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전염병처럼 번지는 불안감"…홍콩 시위 후 9명 극단적 선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홍콩 시위 관련 극단적 선택 최소 9명

사회 전체 '불안·무기력' 전염병처럼 확산

전문가 "자살 영웅화, 잘못된 자극 우려"

중앙일보

지난 17일 홍콩 티우켕렝(調景嶺)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위대가 극단적 선택을 한 동료를 위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개월 넘게 이어져 온 반정부 시위로 인해 홍콩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홍콩발 기사를 통해 시위 참가 후 불안과 무기력에 시달리는 대학생 및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실제 시위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시위대가 최소 9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시위참가자 "극심한 불안과 불면증, 극단적 시도"



홍콩에서 간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니코 청(22)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7월 경찰의 최루탄과 폭력을 목격한 뒤 처음으로 자살을 생각했었다"며 "4시간 이상 잔 적이 없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동기가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니코 청은 한때 '파이터'로 불릴 만큼 적극적으로 시위를 주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의 물대포를 맞은 뒤 무기력하게 시위 대열에서 빠져나왔고, 이후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다. 지난 8월에는 극단적 선택을 할 준비를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홍콩대학 자살예방연구센터 관계자는 "시위대 대다수인 대학생들은 어린 나이에 뜨거운 의욕에 휩싸여 (시위에) 몸을 던진다"며 "그러나 시위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폭력 등의 충격을 감당하기에 정신적으로 성숙해있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위에 나선 젊은 학생들이 무방비 상태로 극단적 상황에 노출되면서 정신적 충격이 극대화됐다는 설명이다.



일반 시민에도 '전염병'처럼 번지는 불안



정신적·심리적 불안을 겪는 것은 시위대뿐만이 아니다. 전문가 및 공중보건의들은 홍콩의 계속되는 정치적 불안에 전체 시민의 정신건강이 위험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시위에 참여한 학생이든 참여하지 않은 시민이든 (정신적 문제를 겪는데) 큰 차이가 없다"며 "이건 마치 '전염병' 같다"고 진단했다.

홍콩 사마리아자살방지협회(SBHK) 클라렌스 창 상임이사도 "사회 전체가 고통받고 있다"며 "사회 전체에 엄청난 압박이 되고 있으며, 모든 시민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위대의 극단적 선택이 자칫 '순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 6월 29일 로 후이 얀(21)이라는 이름의 시위자가 "홍콩 시민들이여, 우리는 오랫동안 투쟁했다. 우리의 신념을 잊어선 안 된다. 계속해서 전진해야 한다"는 글을 남긴 채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그의 동료 피터 룽(21)은 "(그에게) 영웅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며 "그것(자살)은 가치가 없는 선택"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