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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고문기술자 이근안, 화성 살인 수사서도 활약?…경찰 "투입 기록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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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청년들을 고문해 '고문 기술자'로 불리는 이근안씨가 1~8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 발생 당시 경기경찰청(경기청, 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8차 화성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수사를 받았던 윤모(52)씨가 고문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고 밝히는 등 과거 조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씨가 화성 살인 사건 수사에 관여했거나 고문 기술을 전수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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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 전 경기도경 대공분실장, 고문기술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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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 화성 사건 당시 경기경찰 근무



21일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씨는 고문으로 특진을 거듭한 뒤 1985년 3월 30일 자로 경기청으로 전입됐다. 이후 경기청 대공과 대공2계 분실장, 공안분실장 등을 역임하며 대공 업무를 주로 전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1986년 6월 30일엔 경비 유공 공적으로 내무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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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화성 연쇄 살인사건 수사본부가 설치된 화성경찰서 태안지서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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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87년 6월 '6·29 민주화 선언' 이후 일부 피해자들이 "이씨에게 고문을 당했다"며 재정신청을 하면서 상황이 바꿨다. 일부 언론에 이씨의 얼굴 사진과 실명이 '고문 경찰'로 보도되기도 했다. 경찰은 1988년 12월 31일 이씨를 직위 해제하고 이듬해 3월 3일 해임했다.

이씨는 이후 납북어부 김성학씨 등을 불법 감금하고 고문한 혐의로 1999년 11월 구속기소 돼 2000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이씨가 경기청에 근무했던 1985년 3월에서 1988년 12월은 1~8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1986년 9월~1988년 9월)이 발생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당시에도 많은 남성이 유력 용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자백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이들의 상당수가 화성 살인 사건과의 연관성을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가 없어 풀려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일각에선 당시 고문 등 강압 수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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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 [JT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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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힌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에선 경찰의 강압 수사로 10대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1987년 12월 실종된 여고생(당시 18세)이 이듬해 1월 4일 수원시 화서역 인근의 한 논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경찰은 이틀 만에 A군(당시 17세) 등 2명을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중 A군은 3일 간 경찰의 고문과 구타 등으로 뇌사 상태에 빠졌고 결국 숨졌다. 이 일로 당시 경찰관 3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김영호 의원은 "과거 용의자로 몰려 수사를 받은 사람 중 일부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경찰의 가혹 행위가 있었다고 추측된다"며 "당시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를 화성 경찰서와 경기청이 주도했으니 이씨가 실제로 수사에 투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이씨가 화성 현장 형사들에게 고문기술을 전수해줬을 가능성이 있으니 과거 수사팀과의 연결 고리도 조사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 "과거 수사기록엔 이씨 연관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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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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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시 1~8차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들은 "이씨가 화성 수사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 퇴직 경찰관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씨가 화성 수사에 참여한 적은 물론 수사본부에도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이씨가 대공 부서에 근무했던 만큼 수사본부 수사와 별개로 화성 사건의 대공 용의점을 살펴봤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과거 화성 사건 수사 기록을 모두 살펴본 결과 이씨가 수사본부에 내려와 활동한 기록이나 수사 방식 등에 관여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최모란·최종권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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