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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아이들·교사와 소통하는 데는 유튜브가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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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활성화 나선 시·도교육청

수요자 눈높이에 맞춰 변신


하향식 일방적 홍보 벗어나

구독자 늘고 소통 원활해져

전국 교육청으로 확산 추세

교육부도 새 흐름에 동참

유튜버 교사 새 지침도 마련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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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뉴미디어의 대세가 됐다. 어린이에서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가 유튜브를 즐겨 하지만, 청소년층에서는 검색도 유튜브에서 할 정도로 선호도가 특히 높다. 교육계는 보수적인 면이 강하지만, 시·도교육청들은 이런 시대적인 변화를 반영해 앞다퉈 유튜브로 달려가고 있다.

학생·교사가 직접 동영상 제작

경기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유튜브 채널 이름을 ‘경기도교육청 티브이(TV)’로 바꿨다. 유튜브를 시작한 것은 2013년이고 지난해부터 유튜버 교사들과 공동작업을 시작했지만, 좀 더 혁신적인 모습으로 학생·학부모를 찾아가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다. 유튜브에서 교육청 채널로 들어가면 다양한 코너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학교의 모든 재미’ ‘빅 버스가 간다’ ‘미디어 경청’ ‘레알스쿨’ 등의 큰 제목 아래 많은 동영상이 클릭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학교의 모든 재미’는 선생님들이 직접 만드는 학교의 모든 재미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초등 1학년 수업에 들어갔다’ ‘선생님이 지각을 했다’ ‘선생님이 헤어졌다’ 등 주로 교사들의 일상과 관련된 소재를 다뤘다. ‘초등 1학년 수업에 들어갔다’는 1학년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익숙하지 않아 다루기 어려워 교사들이 꺼린다는 내용을 다뤘다.

‘빅 버스가 간다’는 고등학생들이 나와서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솔직한 토크를 진행하는 것이다. 아이돌 콘서트 간 이야기나 학생들이 많이 쓰는 신조어 분석, 특성화고 등 자기 학교를 소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 밖에 청소년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미디어 경청’, 학교로 찾아가서 학교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레알스쿨’ 등 학교 현장 친화적인 생생한 콘텐츠가 가득 들어 있다.

종전에는 이런 콘텐츠들이 교육청의 정책을 홍보하는, 다분히 행정적인 내용이 많았으나 수요자인 학생, 교사를 우선하는 쪽으로 180도 바뀐 것이다. 경기교육청이 유튜브 채널의 혁신을 이룬 데는 교사지원단의 역할이 컸다. 학생이나 교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담는 데는 교사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교육청이 앞장서서 지원단을 꾸렸다. ‘미디어 경청’ ‘참쌤스쿨’ ‘혼공티브이’ ‘달지’ ‘몽당분필’ 등의 채널을 운영하는 기존의 유튜버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또 원래부터 쌓아놓은 콘텐츠가 많았기 때문에 교육청티브이가 저절로 풍성해지기도 했다. 특히 랩 하는 교사 ‘달지’ 채널은 구독자가 30만명이 넘는데 전국 교사 유튜버들 가운데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콘텐츠를 학생들이 원하는 쪽으로 확 바꾼 결과, 2019년 1월 8천명 정도였던 구독자 수가 현재는 1만5천명을 넘어섰고, 조회 수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또 종전에는 유튜버 교사들이 교사가 유튜브를 한다는 이유로 각종 민원에 시달렸는데, 교육청과 함께하면서 민원이 사라져 교사들의 고민도 저절로 해결됐다. 교사들이 아이들 교육보다는 유튜브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다는 학부모들의 걱정이다. 법적으로는 겸직, 광고 수익 등이 걸리기 때문이다. 경기교육청은 ‘아이들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음악과 영상에 담아 달라’고 콘텐츠의 문턱을 없앴다. 교사들은 교육청 홍보 영상 제작 당시 오그라드는 캠페인 송을 제작해야 하나 걱정했었다고 한다.

교육부도 이런 논란이 커지자 올 상반기 유튜버 교사 전수조사를 벌여 ‘교원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에는 연간 총 재생시간이 4천시간 이상일 경우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 등이 들어 있다.

경기교육청 대변인실 미디어 담당 김차명 교사는 “유튜브는 이제 10대들 사이에서는 카카오톡이나 네이버를 제치고 문화로서 자리를 잡았다”며 “이들을 상대로 홍보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데는 유튜브만 한 게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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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이름 과감히 버려

강원도교육청은 유튜브에서 ‘학끼오티브이’를 운영하고 있다. 학끼오는 ‘학교’의 발음을 그대로 땄고, 병아리를 품는 닭의 특성을 담아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학교라는 의미를 담았다. 기존의 딱딱한 이름을 과감히 버렸다. 학끼오티브이는 교육청 소식을 전하는 데서 벗어나 아이들의 얘기를 주로 다룬다. ‘뭉쳐야 찬다! 분교 체육대회’를 보면, 영월의 4개 분교 모두 모여 운동회를 했다는 내용이다. 학생 수가 적어 다 모여야 15명인데, 그동안 못했던 축구도 하고 신나는 하루를 보냈단다. 다른 학생들이 보면 별것 아니지만 이 학생들에게는 잊지 못할 운동회다. 또 ‘떡볶이 단편’에서는 떡볶이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나와 맛있는 떡볶이의 조건, 어느 떡볶이집이 맛이 있는지 등을 연구해 본다. 시리즈로 마련된 ‘급식탐방’은 각급 학교를 돌아다니며 급식의 실태를 알아본다. ‘국어쌤이 알려주는 시험문제 편집 꿀팁’ 등 교사들을 위한 유익한 정보도 빠뜨리지 않았다.

‘첫 스승의 날을 맞은 선생님이 펑펑 운 이유는?’이란 동영상은 5개월 만에 57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대히트를 했다. 지난 스승의 날 일주일 전, 올해 임용된 평창고 정유나 교사를 찾아가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진행했다. 학생, 동료 교사 등이 모두 모여 깜짝 이벤트를 벌여 정 교사를 감동하게 했다.

학끼오티브이의 구독자는 6400여명이다. 경기교육청 티브이의 구독자 1만5천여명에 비하면 절반이 안 되지만, 인구 비례로 보면 강원도가 더 많은 셈이다. 유튜브를 담당하는 강원도교육청 홍세영 주무관은 “공공기관 냄새를 버리고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재미를 주고 공감을 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아 올리는데 호응이 아주 좋다”며 “대변인실과 외주업체가 공동으로 만드는데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많은 분량을 생산하지는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유튜브 기능 강화 나서

경북도교육청은 ‘맛쿨멋쿨티브이’라 이름했다. 맛쿨멋쿨은 맛있는 학교, 멋있는 학교라는 뜻이다. 학생 기자 리포트, 학생이 주인공인 뉴스 등 새로운 콘텐츠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전체 동영상 수도 적고 교육청 소식이 아직도 상당수를 차지하는 등 본궤도에 오르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교육부도 지난 5월 유튜브 채널을 ‘교육부 티브이’로 바꾸고 국민과의 소통 창구 기능 강화에 나섰다. 또 학생·교원, 학부모들로 ‘국민 서포터즈단’을 구성해 공급자 중심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주요 이용자 연령대와 관심 분야를 분석해 구독자에게 적합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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