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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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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젊은 유방암 환자 투병 의지 북돋는 사회적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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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중앙일보

유방암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힘든 점은 계속 치료를 받도록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암 환자라면 살기 위해 무조건 치료를 계속 받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삶을 지속하기 위해 계속되는 항암 치료는 암 환자의 몸과 마음을 힘들고 지치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일상을 누리면서 덜 힘들게 항암 치료를 계속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약제의 개발은 항암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에게 가장 우선시되는 현안이 된다.

우리나라는 서구와 달리 비교적 젊은 나이에 유방암이 발병한다. 40대 이하 유방암 환자가 약 13%를 차지한다. 이는 서구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런데 젊은 나이에 유방암이 발병하면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무서운 질병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유방암은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치료를 결정할 때도 폐경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폐경 전 유방암은 폐경 후보다 암 진행 속도가 빠르다. 생물학적 동태도 공격적이어서 재발 및 전이 위험성도 높다. 이는 폐경 전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진단 받았다면 암이 재발·전이될까 걱정하면서 계속되는 항암 치료를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위적으로 호르몬을 억제하는 치료를 지속하는 것도 젊은 여성에게 감당하기 어렵다. 20~30대부터 폐경 후 증후군으로 몸의 변화를 평생 감내하면서 암 투병을 지속해야 한다.

2017년 한국갤럽에서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바라는 치료 결과를 물었더니 생존 기간 연장(51.1%) 다음으로 부작용 고통 경감, 일상생활 유지 등 삶의 질 개선(42.2%)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폐경 전 유방암 환자는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활발한 역할을 하는 시기에 유방암이라는 커다란 난국에 직면한다. 유방암 환자 열 명 중 아홉은 셀프 간호를 하면서 가사활동과 직장생활을 함께해 나간다고 한다. 대다수의 젊은 유방암 환자는 열악한 투병 환경에서 조기 폐경과 갱년기 증상을 겪으며 몸 전체 대사의 변화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정신적으로는 그에 따른 극심한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한다.

의료진의 입장에서 폐경 후 여성에게 집중된 유방암 치료 환경은 매우 척박하다. 한국은 젊은 유방암 환자의 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젊은 유방암 환자를 위한 치료제와 그들의 니즈를 반영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 전문가로서도 고민이 크다. 다행히 최근 폐경 전 젊은 유방암 환자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우리나라의 폐경 전 젊은 유방암 환자에게 고무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환자 수에 비해 조명받지 못하는 젊은 유방암 환자들이 재발과 전이의 두려움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계속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적 환경이 잘 조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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