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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키 꽂고 기어 넣으면 CD플레이어 빵빵?…이젠 추억이라 부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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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에 밀려난 기능·장치들

스마트폰 대면 문이 활짝…핸드브레이크·기어는 막대기 대신 버튼

에어컨 말로 켜고, 카오디오는 무선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진화

안전·성능 뛰어난 전자·IT로 대체…시가라이터는 ‘장식품’ 취급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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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것은 없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디자인뿐 아니라 다양한 장치들이 필요에 따라 사라지거나 완전히 다른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자동차에서는 꼭 필요했지만 지금은 신기술에 밀려 사라진 ‘추억 속’ 장치들과 대체 기술을 살펴봤다.

■ 집 열쇠? 차 열쇠?

10여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차들이 집 열쇠처럼 생긴 자동차 키를 갖고 있었다. 차를 사면 보통 2개의 키를 받았다. 키 홀에 자물쇠를 열듯 키를 꽂아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었다. 어두울 때는 키 홀이 잘 보이지 않아 머리를 운전대 아래로 집어넣는 불편함도 있었다. 하나를 잃어버리면 열쇠 수리점에 가서 1만원쯤 주고 나머지 열쇠와 똑같이 깎아 맞출 수도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리모컨키가 개발돼 차에서 10m가량 떨어져도 문을 열고 잠글 수 있게 됐다. 얼마 뒤에는 스마트키가 개발됐다. 차 키를 꺼내지 않아도, 가방이나 주머니에 들어 있기만 하면 차문에 달린 버튼을 눌러 문을 여닫는 게 가능해졌다. 시동도 스마트키를 지닌 채 차 안에서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과거 경주용 차에서나 볼 수 있던 장치가 기술 발전으로 일반 차량에도 등장한 것이다.

최근엔 스마트폰과 연동된 디지털키도 나왔다.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은 스마트폰을 차문에 갖다 대면 도어가 열린다. 디지털키는 스마트폰 등으로 타인과 공유할 수 있어 실물 키를 직접 전달하지 않아도 차를 빌려줄 수 있게 됐다. 사용 시간이나 기능도 제한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신기술이 불편할 때도 있다. 전통적인 차 키는 스페어 키가 있지만 디지털키는 스마트폰 잠금이 해제된 상태에서만 작동하므로 스마트폰을 분실하면 차량 출입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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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창에 붙은 닭다리를 아시나요?

무더운 여름이면 자동차 도어 안쪽에 달린 닭다리 모양 레버로 유리창을 올리고 내리느라 땀이 더 났던 기억이 있다. 레버의 회전 운동을 직선으로 바꿔 유리창이 상하로 움직이게 만든 장치다. 사람의 힘에 의존하던 수동식 유리창 개폐 장치는 모터로 조작되는 스위치 방식의 파워 윈도로 바뀐 지 오래다. 요즘에도 파워 윈도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한번의 스위치 조작으로 창문을 끝까지 열고 닫을 수 있는 오토업·다운 기능, 유리창에 손가락 같은 물체가 낄 경우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부상을 방지하는 ‘세이프티’ 기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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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차에는 창문이 닫히는 마지막에 속도가 줄어들며 부드럽게 문닫힘을 마무리하는 장치도 사용된다.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 터널 진입 시 창문이 열려 있으면 자동으로 닫히는 기능도 개발됐다.

차선 변경이나 주차 때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도와주는 사이드미러 높낮이도 과거에는 차 안쪽의 작은 레버를 움직여 조절했다. 하지만 운전을 할 때 조수석 사이드미러는 이 레버로 조절하기가 어려웠다. 2000년대 전후에 파워 윈도 스위치 부근에 위치한 전동식 미러 조절용 스위치로 대체됐다. 요즘엔 ‘메모리’ 기능도 있어 개별 운전자가 세팅한 사이드미러 위치 값을 불러낼 수 있다. 후진 시 뒷바퀴 주변 장애물이나 주차선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자동으로 미러 각도를 내려주기도 한다. 현대·기아차는 깜빡이를 켜면 계기판 모니터에 좌우측방 도로 상황이 동영상으로 나타나는 기능도 선보이고 있다. 쉐보레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는 실내 룸미러를 아예 액정화면으로 만들었다. 차량 후면부 렌즈를 통해 촬영한 영상을 룸미러에 전송해 후방을 확인하는 장치다.

■ 사라진 주차브레이크

주정차 때 사용하는 주차브레이크(파킹브레이크)는 한동안 운전석 옆 콘솔에 있었다. 막대 모양의 레버를 손으로 당기면 브레이크가 걸리고, 당겨서 내리면 해제되는 장치였다. ‘핸드브레이크’나 ‘사이드브레이크’로 불리던 주차브레이크는 운전석 하단 도어 측에 페달 형태인 풋파킹브레이크로 대체되기도 했다. 쉐보레 픽업트럭 콜로라도는 아직도 풋브레이크를 사용한다. 핸드브레이크나 풋파킹브레이크는 동작하는 원리가 같다. 레버나 페달에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를 당겨 뒷바퀴에 달린 브레이크를 체결하는 방식이다. 손으로 들어올리는 것보다 발로 밟는 게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들어 개발된 게 풋파킹브레이크다.

주차브레이크는 철사를 꼬아서 만든 케이블을 사용하다 보니 레버를 과도하게 당기거나 사용 횟수가 증가하면 케이블이 늘어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 같은 수동식 주차브레이크는 전자식 파킹브레이크가 도입되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센터 콘솔 주변에 위치한 버튼을 살짝 누르거나 올리면 모터가 케이블을 당겨준다. 이 장치가 개발되면서 신호 대기 때 브레이크를 한번만 일정한 압력으로 밟아주면 계속 밟고 있지 않아도 정차 상태를 유지해주는 ‘오토홀드’ 기능도 추가됐다.

■ 막대기 같던 기어 레버 대신 버튼

초기 자동차는 대부분 수동변속기를 사용했다. 운전자가 발로 클러치를 밟고 손으로 기어 레버를 움직여 원하는 단수에 집어넣어 구동력을 조절하는 장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수동변속기 차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비가 높고 엔진 출력이 구동계에 전달되는 직결감이 높아 아직도 선호하는 운전자들이 있지만 가·감속, 정차, 출발 시 매번 클러치와 기어 레버를 조작해야 하는 불편함으로 요즘은 자동변속기로 거의 대체됐다. 하지만 전통의 ‘막대기’ 형태의 레버는 존재해왔는데, 최근에는 이마저 없어진 차들이 늘고 있다. 변속과 관련된 제어가 전자화돼 레버를 통해 물리적으로 스위치를 조작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주차와 후진, 중립, 주행(P·R·N·D) 신호만 제어기에 전달하면 되므로 레버 대신 버튼식(현대차 쏘나타)이나 다이얼식(랜드로버 디스커버리)으로 대체되고 있다.

■ 음성으로 명령하는 에어컨

히터나 에어컨 같은 차량 공조장치는 운전자가 가장 빈번하게 조작하는 장치 중 하나다. 따뜻한 공기를 내뿜는 히터는 자동차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고, 더운 실내를 시원하게 해주는 에어컨은 냉매의 열화학 작용을 이용해 공기를 식힌다. 공기를 순환시키는 선풍기 역할은 블로어모터가 한다. 과거에는 레버를 좌우 또는 상하로 밀면서 엔진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공기와 외부 공기의 혼합비율을 조절했다. 이런 공조장치는 풀오토 에어컨으로 바뀌면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됐다. 실내온도를 설정하면 제어기가 알아서 유입 공기의 온도를 조절하고 바람세기도 맞춰준다. 바람의 방향, 내·외기 설정도 버튼을 누르면 해결된다. 쏘나타에는 운전자의 음성으로 작동하는 공조장치가 장착돼 있다. ‘온도를 낮춰줘’라고 말하면 차가 에어컨을 가동해 실내온도를 내려준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정화시켜주는 장치도 보급됐다.

■ CDP는 어디로 갔을까

운전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카오디오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최초엔 AM·FM 방송만 들을 수 있던 카오디오는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생기면서 자동차에서도 본격적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후 콤팩트디스크(CD)가 나오면서 카세트의 시대는 저물고, CD 플레이어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이 장치도 영원하진 않았다. USB나 SD카드 등 오디오파일을 재생하는 미디어 플레이어로 변신했다. 최근엔 카오디오와 스마트폰을 연결해 차량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운전자들이 많아졌다. USB 단자로 연결하거나 무선 방식인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카세트나 CD 플레이어는 사라졌지만 라디오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전파 수신 방법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차량 보닛 위나 트렁크 옆에 안테나를 장치해 손으로 뽑아 사용했다. 한때 모터를 이용해 자동으로 안테나를 뺐다 넣었다 하던 시대가 있었다. 라디오를 켜면 자동으로 안테나가 올라가고 끄면 내려오는 방식이다. 그러나 요즘은 외관상 깔끔하고 파손 위험도 사라진 유리창 삽입 안테나가 주로 장착된다. 오디오 기능에도 내비게이션 같은 부가기능이 통합되는 추세다. 디스플레이 모니터를 통해 DMB, 동영상까지 시청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카오디오에 무선 통신 기능이 탑재돼 날씨·교통·유가 정보도 모니터로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카오디오’에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진화한 것이다.

■ 사라질 위기의 시가 라이터

버튼을 꾹 누르고 기다리면 10여 초 후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튀어 나오는 시가 라이터. 내부에 감겨진 코일이 전기로 달궈지는 원리를 이용한 장치다. 뽑아서 담배를 갖다 대면 불이 붙는다. 시가 라이터는 흡연자가 줄어들고 전자담배가 확산되면서 ‘장식품’ 취급을 받고 있다. 시가 라이터가 꼽히는 잭은 다른 전자제품의 전원을 공급하는 콘센트로도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USB 충전기로 전원을 공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동차의 눈 헤드램프도 진화를 거듭하면서 ‘전구’가 사라지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필라멘트 발열로 빛을 내는 할로겐램프가 다수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할로겐램프는 밝기가 부족해 반사거울이나 다른 렌즈를 달아 헤드램프를 만들었다. 또 전기·기계적 충격이나 열에 약해 수명이 길지 않았고, 조사되는 빛도 균일하지 않은 단점이 있었다.

이런 단점은 LED 램프가 개발되면서 보완됐고, HID 램프는 보기 드물게 됐다. LED 램프는 수명이 길고 전력 소모가 작은 데다 관련 회로를 합쳐도 부피가 얼마 되지 않는다. 균일한 불빛을 비출 수도 있고 디자인 측면에서도 자유도가 높다. 반응속도도 빨라 브레이크 램프에 적용할 경우 앞차의 브레이크 인지 시점을 당길 수 있어 안전운전에도 도움을 준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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