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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22일 ‘일왕 즉위식’…일 시민단체 “아베, 헌법개정 활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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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이어지는 즉위 의식 중심

“왕실행사에 국가예산” 지적 많지만

아베 “역대 정부 방침 유지”

보수화에 천황제 비판도 실종상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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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이후 29년 만에 치러지는 일왕 즉위식을 사흘 앞둔 19일 도쿄 지요다구 ‘황거’(일본 천황 가족이 살고 있는 궁성)에서 리허설이 열렸다. 나루히토 새 일왕(제126대) 부부와 아베 신조 총리를 대신한 대역이 참가한 이 리허설에는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가 각각 앉을 높은 의자인 6.5m ‘다카미쿠라’와 5.3m ‘미초다이’가 공개됐다. 22일 오후 열리는 즉위식에서 일왕은 황색 옷인 ‘고로젠노고호’를 입고 ‘황거’ 안 ‘마쓰노마’(소나무의 방)에 들어간다. 시종이 일본 왕실 보물인 ‘삼종의 신기’ 중 청동검과 곡옥(굽은 구슬)을 들고 같이 들어간다. 일왕은 다카미쿠라에 올라가 즉위 소감을 말한다. 이보다 낮은 위치에 서 있는 아베 총리는 축하 인사를 하고 다른 참석자들과 만세 삼창을 한다.

‘소쿠이레이세이덴노기’라고 불리는 즉위식은 지난 5월1일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를 대내외에 선포하는 의식이다. 일본 정부는 즉위식 참석 초청장을 일본이 국가로 인정하는 190여 나라에 모두 보냈다. 이낙연 국무총리,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 찰스 영국 왕세자 등 세계 주요 인사들이 일본을 찾는다.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관련 의식은 즉위 직후인 5월부터 6개월여간 이어지는데, 즉위식은 그 중심에 해당하는 의식이다. 즉위 관련 의식은 11월10일에 태풍 하기비스 피해로 연기된 카퍼레이드가 열리고, 14~15일 새 일왕이 햇곡식으로 일본 왕실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오미카미’를 모시는 ‘다이조사이’ 의식이 이어진다.

즉위 관련 의식은 일본 전통 종교인 ‘신도’적 요소가 많다. 특히 이 중에서 다이조사이는 종교색이 강하니 국가 의식이 아니라 왕실 행사이며 왕실 비용으로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이전부터 많았다.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가 지난해 다이조사이는 국가 예산이 아니라 왕실 생활비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다이조사이가 국가 의식은 아니지만 국가 예산을 활용한다는 역대 정부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 공산당은 일련의 즉위 관련 의식 자체가 헌법상 정교 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며 즉위식 참석 거부 뜻을 밝혔다.

하지만 공산당처럼 즉위식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이들은 현재 일본 사회에서 소수에 그친다. 1990년 아키히토 일왕 즉위식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에는 ‘반천황제’를 내건 단체들이 왕실 관련 시설을 박격탄으로 공격하고 신사에 불을 지르는 등 143건의 게릴라 공격을 벌이며 혼돈 양상을 연출했다. 도쿄 신주쿠경찰청 독신자 기숙사에서 시한폭탄이 터져 경찰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사건도 있었다.

‘천황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거의 사라진 데는 전후 74년이 지나고 일본 사회가 보수화된 영향이 크다. 아키히토 일왕 시대에 일왕은 통치자가 아니라 국가의 상징이라는 ‘상징 천황제’가 정착된 영향도 있다. 첫번째 ‘상징 천황’은 히로히토였지만 ‘상징 천황’을 정착시킨 이는 현행 일본 평화헌법에 강한 애착을 드러냈던 아키히토 상왕이다.

아베 정부는 이번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 퇴위와 나루히토 일왕 즉위를 정권의 보수적 색채를 강조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 시대의 새 연호를 처음으로 중국 고전 대신에 일본 고전인 <만요슈>(만엽집)에서 따온 글자인 ‘레이와’(令和)로 정해 일본적 정체성을 한껏 강조했다. 일본 시민단체는 아베 총리가 이번 일왕 즉위식과 2020년 도쿄올림픽 축제 분위기를 “자신의 필생 과업”이라고 말했던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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