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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인기 작가 윤병락 개인전, 가을 대명사 `사과 그림`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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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름 2m가 넘는 사과 작품 `가을향기-코스모스` 옆에 서 있는 윤병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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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 들어서자 붉고 큰 사과가 '훅' 눈으로 들어왔다. 붉고 풍요로운 자태가 피로를 '확' 밀어냈다. 순식간에 주변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사과의 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가을의 대명사가 된 '사과 그림 작가' 윤병락(51)이 지름 2m가 넘는 대형 부사 한 알 그림으로 돌아왔다. 원래 그는 나무 상자 속에 옹기종이 모여 있는 사과 그림을 주로 그려왔다.

노화랑 개인전에서 만난 작가는 "사과 1개를 200호 화폭에 표현하려고 관찰해보니 사과 안에 우주가 들어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과 숨구멍인 점들이 무수히 우주에 떠있는 별들 같고, 검붉은색에서 노란색으로 미묘하게 변화하는 색깔이 성운처럼 다가왔다. 사과 꼭지는 블랙홀 같아서 모든 별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강렬한 태양과 우주의 좋은 기운을 받아서 사과가 맛있어지는 게 아닐까."

사과의 풍성한 기운 덕분에 화단의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의 그림을 본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해진다"는 찬사를 보낸다. 100호 사과 그림이 완성되는 데 보름 정도 걸려 판매 예약이 밀려 있다.

사과 한 알에 집중한 대작과 더불어 사과가 흩어져 있는 부조 작품을 처음 선보였다. 평면 회화가 설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작가는 "작품을 산 컬렉터가 공간 구조와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배치하면서 완성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번 개인전에 상자에 한가득 담긴 사과 그림도 걸려 있다. 마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아서 언제 봐도 정겹다.

경북 영천 출신으로 2003년 가을부터 사과를 그려온 작가는 "16년 작업하면 득도(得道)를 한다는데 그릴 수록 어렵다. 적당한 선에서 손을 떼야 하는데 자꾸 욕심이 생겨서 다듬게 된다. 예전에는 사과 사진을 찍은 후 보고 그렸는데 요즘은 컴퓨터 화면에서 확대해 볼 수 있으니까 그려야 할 게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사과보다 더 사과 같은 극사실 회화에 변화는 언제쯤 올까.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바뀌겠지. 몬드리안처럼 형태를 단순화할지 마티에르(질감)나 구도를 바꿀지 혼자 상상만 해보는 단계다. 하지만 '사과 작가'라는 브랜드를 굳이 버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체력과 시력이 받쳐준다면 아직 더 극사실회화 사과로 해볼 게 많다."

매년 사과 과수원을 찾아다니는 그는 "올여름은 작년보다 덥지 않지만 최근 일교차가 커서 당도가 높다"고 했다. 전시는 31일까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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