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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금감원·하나금융의 구원, DLF로 다시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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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국회 세종청사회의장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21일 열리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감사 증인 채택 문제가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정무위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논란과 관련해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을 추가로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하나은행 같은 경우는 수천여 명의 피해자가 있는 내용에 대한 자료를 삭제했다고 한다. 그 내용을 물으려면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부회장을 불러야 하는데 한 사람만 부른다면 김정태 회장을 부르는 게 맞지, 부회장을 불러서 묻는 게 적절한지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마지막까지 김정태 회장을 부르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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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과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 사옥.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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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증인 명단을 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우리은행에서는 정채봉 부행장 한 명이 나오는데, 하나은행 쪽에서는 함영주 부회장과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두 명이 나온다. 함 부회장은 올해 초까지 하나은행장을 지냈고, 장 사장은 하나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함 부회장을 보필했다. DLF 피해자도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인 가운데 우리은행은 한 명의 증인만 불렀는데 하나은행은 두 명을 출석시킨 것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모두 DLF 논란의 당사자지만, 이번 국감에서 더 논란이 된 건 하나은행이다. 지난 8일 금감원 국감에서는 하나은행이 자료를 삭제했다는 내용이 처음 공개됐다. 지상욱 의원이 윤석헌 금감원장에게 관련 사실을 묻는 형식이었다. 이후 금감원에서 "하나은행의 자료 삭제는 상습적"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과 지 의원실이 사전에 질의 내용을 상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 구제에 적극적인 우리은행과 달리 하나은행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임한다는 비판도 금감원 내부에서 계속 나왔다.

금감원과 하나은행의 갈등이 계속되자 금융권에서는 과거의 구원(構怨)이 앙금처럼 남아 있다가 이번 사태 때 불거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과 하나금융은 2년 전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를 전후해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당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3연임을 하려 하자 금감원은 '셀프 연임'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금감원의 요청을 거절하고 김 회장의 3연임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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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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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가 터져나왔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을 비롯한 국내은행 5곳에서 22건의 채용비리를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시중은행 전·현직 경영진은 채용비리 여파로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채용비리 사태의 불씨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과거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냈던 최흥식 금감원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최 원장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당시 최 원장의 채용비리 연루설을 놓고 금감원 내부에서는 하나금융을 의심했다.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을 대상으로 검사 대상과 기간을 제한하지 않는 이례적인 고강도 집중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금감원뿐 아니라 당시 금융위를 이끌던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도 "최흥식 금감원장 내용은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번 조사로 감독기관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금감원의 편을 들었다.

이번에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되는 함 부회장은 당초 하나은행장 3연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올해 초 금감원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3연임에 실패했다. 이후 하나금융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김정태 회장의 신임이 크기 때문에 차기 회장 후보 1순위로 뽑힌다.

하나금융은 금감원과의 관계가 틀어진 가운데 DLF 사태가 그룹 경영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DLF 사태 초기에는 은행 경영진까지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었지만, 최근에는 경영진도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함 부회장이 여야 의원들의 질책과 DLF 피해자의 원성을 직접 받아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금융 입장에서도 민감한 사안이라 밤낮으로 국감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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