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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사설] 조사만 하면 불어나는 미성년 공저자, 교수들 이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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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4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회의에서 미성년 공저자 논문 특별감사 결과 발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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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서울대 등 14개 대학을 특별감사해 미성년 공저자 논문 사례 115건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지난해 말까지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549건에다 이번 감사 결과와 감사 동안 대학이 자진 신고한 사례까지 더 하면 무려 794건에 이른다. 모든 사례를 연구 부정이나 불법으로 단정할 수 없지만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경우 등은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대학교수이자 전문 연구자라는 신분을 이용해 합당한 기여도 없는 미성년 자녀를 자신이 작성한 연구논문의 공저자로 끼워 넣는 것이 연구 부정행위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이렇게 조작된 논문 실적이 자녀 입시에까지 이용됐다면 엄연한 불법이다. 학문의 전당에서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지식인이라는 교수들이 이처럼 양심을 거스르고 법을 어기는 짓을 저질렀다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교수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말 관련 실태조사 결과 발표 뒤 은폐 의혹이 제기된 대학을 대상으로 자진신고 기간을 거쳐 진행한 것이었다. 하지만 감사 결과 신고에 포함되지 않은 미성년 논문이 수두룩했다. 입시 비리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인 미성년 공저자 논문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던 게 아니라면 문제 교수들을 대학이 봐주려고 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실을 뒤늦게 발견해서는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입시 활용 목적의 자녀 공저자 끼워넣기를 처벌하려면 입학 자료를 확인해야 하는데 대학은 이 자료를 대개 4년 보관 후 폐기해버린다. 설사 확인했더라도 비위 교원의 징계 시효가 교원법상 3년이어서 기한을 지난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감사에서 연구 부정 사례가 확인된 교수가 11명에 그치고 이 중 징계를 받은 사람은 2명뿐이다.

‘입시의 공정’이라는 사회윤리적 자각보다 자식 챙기기에 급급한 일부 교수들의 행태가 이번 일을 계기로 우선 바뀌어야 한다. 대학과 교육부의 교수 연구 행태 관리도 지금보다 더 촘촘하고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런 비리가 드러났을 경우 예외 없이 엄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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