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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남아공, 사자 등 멸종위기종 '가축' 지정…"무분별 교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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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단체 "이종교배 확산으로 동물들 위험해질 것" 비판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야생 동물로 분류되던 사자, 치타, 코뿔소 등 멸종 위기종이 '가축'으로 재분류됐다. 이들 동물이 무분별한 교배의 대상이 돼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남아공 환경 당국은 사육업계 종사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가축개량법을 개정했다.

연합뉴스

남아공의 한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사자
[EPA=연합뉴스]



이에 따라 멸종 위기종을 포함한 33개 야생동물이 가축으로 지정됐으며, 번식력이나 활동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이 동물들을 인위적으로 교배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를 두고 멸종 위기 동물들의 유전자가 조작되는 등 이들에게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취약종'으로 지정한 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남아공에서는 제한된 공간에 갇힌 동물을 사냥하는 '캔드 헌팅'(Canned Hunting) 산업을 위해 200여개 농장에서 사자 1만2천여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야생동물 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소속 오드리 델싱크는 "사자, 코뿔소같이 멸종 위기종이나 보호종으로 지정된 동물을 어떻게 동시에 가축으로 분류할 수 있는가"라며 이번 법 개정을 비판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 호랑이와 사자 간 이종교배가 이뤄지지만 그렇게 나온 동물들은 건강이 매우 안 좋다고 지적했다.

남아공 동물보호협회(NSPCA)의 캐런 트렌들러는 한 때 야생동물이었다가 가축으로 재분류된 타조의 사례를 들며 비판에 가세했다.

농부들이 깃털이 더 많이 나는 등 '우량종'을 만들기 위해 무분별하게 교배를 진행한 결과 타조 번식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어미와 새끼를 빨리 떼어놓는 등 상업적 사육 기법을 야생동물에 적용하는 것에도 우려를 표했다.

사냥 단체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리젤 넬 남아공 사냥인협회 보호 매니저는 가축으로 지정된 동물들이 "유전자 조작·오염의 위험에 처해있다"고 경고했다.

이번에 재분류된 동물에는 얼룩말, 기린, 일부 견종과 남아공의 상징인 스프링복(영양의 한 종류)도 포함된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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