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5 (수)

저커버그의 반격…"페이스북은 표현의 자유 수호할 것"(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선 앞두고 페이스북에 거짓 가려내라 요구 나오자 반박

바이든 캠프 '가식적' 비판 …연설 언급된 킹 목사 딸도 '부적절' 지적

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17일 미 워싱턴DC 조지타운대에서 연설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서울=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임성호 기자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페이스북을 '표현의 자유'의 수호자로 두둔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미국 워싱턴DC 조지타운대에서 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대화'란 연설에서 "자신을 표현할 권한을 가진 대규모의 사람들은 이 세상의 새로운 종류의 권력"이라며 "사회의 다른 권력 구조와 나란히 있는 '제5계급'(a Fifth Estate)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제5계급이란 언론을 통상 제4계급으로 지칭해온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류 언론이 다루지 않는 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블로그나 소셜미디어 등을 가리킨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제5계급으로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는 표현의 자유는 비록 난잡하지만, 더 위대한 진전을 위한 오랜 여정은 우리에게 도전하는 생각에 맞설 것을 요구한다며 "나는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위해 계속 맞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정치 광고와 관련해 "정치 광고를 둘러싼 민감성을 고려해 이를 모두 페이스북에서 금지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정치 광고는 특히 언론이 다루지 않을 수 있는 지역 후보나 전도유망한 도전자, 권리 옹호단체 등에 목소리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정치 광고를 금지하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오늘날 모든 (정치적) 스펙트럼에 걸쳐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정치적 결과를 얻는 것을 모든 사람이 목소리를 내도록 보장하는 것보다 더 우선시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저커버그의 연설은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 광고의 거짓 여부를 페이스북이 판단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정치인의 포스트에 대해서는 설령 콘텐츠 규정을 위반했더라도 팩트 체크(사실관계 확인)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정치인의 논평은 거짓이라 해도 뉴스 가치가 있고, 이를 듣고 토론하는 것이 대중에게 이익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페이스북은 또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아들 헌터 바이든을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10억 달러(약 1조 1천800억원)를 줬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선거 진영의 정치 광고를 한동안 게재하면서 민주당의 포화에 시달리기도 했다.

CNN·NBC 등은 이 광고가 거짓을 담고 있다며 방영을 거부한 바 있다.

연합뉴스

페이스북
[연합뉴스TV 제공]



광고를 내리지 않기로 한 자사 방침을 변호한 저커버그의 이날 연설에 대해 바이든 측은 즉각 "표현의 자유를 걱정하는 체하는" 가식적 발언이라며 맞받아쳤다.

바이든 캠프 홍보 차장인 빌 루소는 성명을 내고 "페이스북은 이미 거짓임이 입증된 거짓말과 음모론을 퍼트리는 정치인들에게 미국인들의 개인정보를 팔아넘겨 미국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묻히게 했다"며 비판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그는 이어 "저커버그가 헌법을 방패 삼아 자사의 핵심 주장을 옹호한 점과 표현의 자유를 걱정하는 체하면서 페이스북의 정책을 은폐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페이스북이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얼마나 준비가 돼 있지 못한지 알 수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바이든 측에 앞서 민주당의 다른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페이스북을 두고 '돈벌이를 위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기계'라며 공격한 바 있다.

이날 연설에서 저커버그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나 노예 해방론자 프레드릭 더글러스, 베트남전, 수정헌법 1조 등 역사적 사례를 다수 인용한 것도 논란이 됐다.

저커버그는 킹 목사가 1963년 평화 시위를 벌이다 투옥된 사례를 들어 "사회가 혼란한 시기에 우리는 종종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충동을 드러내곤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킹 목사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꼽히는 막내딸 버니스 킹 목사는 트위터에 즉각 반박 글을 올리며 저커버그의 언급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버니스 킹 목사는 "정치인들이 퍼트린 허위정보(disinformation)로 인해 킹 목사가 얼마나 고통을 겪었는지 페이스북에 알려 주고 싶다"며 결국 그런 정보 때문에 킹 목사가 암살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포스트라면 거짓이라 해도 그대로 전달하겠다는 페이스북의 방침을 꼬집은 것이다.

미 언론들은 저커버그의 이날 연설에 대해 그가 이례적으로 전면에 나서 페이스북의 비판 세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맞섰다고 설명했다.

NYT는 이날 연설이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대해 가짜 뉴스와 증오 발언, 폭력적 콘텐츠의 증폭자라고 비난해온 비판자들을 상대로 공세를 취하겠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WSJ은 지난 2년간 가짜 뉴스와 사생활 침해 등에 대해 사과해왔던 저커버그가 이날 공세로 전환하며 미국의 가치를 준수하는 표현의 자유를 서약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이날 연설이 정치를 비롯한 전 세계의 사회 운동에서 페이스북의 역할에 대한 논쟁을 더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isyphe@yna.co.kr

s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