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신용호의 직격인터뷰] “청와대에 NO 할 수 있는 이질적인 참모 있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대 국회, 정치의 기본 타협 없어

총선 위해 40대 총리 발탁 필요

청와대에 판단·조정할 참모 부족

“당에 책임지는 사람 없다”에 공감



국감 중 총선 불출마 선언한 이철희 민주당 의원



중앙일보

이철희 의원은 17일 ’선거서 야당이 잘해 야당이 이기는 경우가 없다“며 ’독립변수는 여당이 잘하냐 못 하느냐 “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의원 한 번 더 한다고 정치를 바꿀 자신이 없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배지를 한번 달아본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기란 쉽지 않다. ‘썰전’ 등 TV 출연으로 인지도가 높은 데다 서울·수도권에 출마가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이번 선택은 의외다. 그를 17일 만났다. 인터뷰는 중앙일보 7층 회의실에서 진행했다.

Q : 총선도 꽤 남았고, 국감 기간인데 왜 지금 불출마 선언을 했나.

A : “원래 국회 예산안이 처리되고 나면 할 생각이었는데 조국 국면에서 여야가 너무 극단적으로 싸웠고 저주까지 퍼붓는 상황에서 회의가 심하게 들었다. 국정감사에서 감사 내용은 오간 데 없고 오로지 전 상임위가 다 조국이었다. 특히 과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영장이 기각됐을 때 우리 당에서 사법부를 공격했는데 조국 전 법무장관 동생의 영장이 기각되니까 한국당이 다시 그랬다. 입장에 따라 주장을 다르게 하는 게 창피했다. 또 감사하는 의원들끼리 싸우는데 피감기관 분들의 표정을 보면 너무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현장에 앉아있는 게 부끄럽고 창피했다. 조 전 장관도 사퇴했고 자성의 계기를 살려야겠다 싶었다.”

Q : ‘의원 한 번 더 한다고 정치를 바꿀 자신이 없다’고 했다. 보좌관 생활 등 국회 경험이 많지 않나. 이럴 줄 몰랐나.

A : “‘몰랐냐’라고 물으면 이럴 줄 몰랐다. 과거보다 20대 국회가 최악이다. 탄핵을 거친 국회라 여야 간의 대치가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국회선진화법이 실시된 이후 더 서로 비토만 한다. 대치가 이어지니 정치의 질이 더 안 좋아졌다. 그 안에서 뭘 해볼 수 있는 게 없다. 지금의 정치 구조, 제도로는 풀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한 번 더 해도 얼마나 더 기여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Q : 밖에서보다 안에 들어가니 많이 다른가.

A : “내가 싸움의 당사자가 되니까. 소리를 질러도 내가 지른다. 내 문제가 되니까 더 부담스럽고 창피했다.”

Q : 20대 국회는 어떻게 평가하나.

A : “너무 타협이 없었다. 탄핵을 거친 국회라 더 그렇다. 정치라는 게 주장만 갖고 버티는 게 아니다. 타협의 정치를 해야 한다면서 실제 타협하면 배신, 변절했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타협은 용기가 필요하다. 케네디가 ‘두려워서 타협하진 않겠지만, 타협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건 정치의 기본이다.”

Q : 여야 지도부가 새겨야 하는 거 아닌가.

A : “감히 정치 오래 하신 분들한테 ‘새기세요’라고 할 건 아니고…. 리더들은 좀 더 과감하고, 당당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Q : 지난달 소장파 의원인 김해영 최고위원이 “절대 선이 존재하느냐”며 여야의 진영 논리를 비판했다. 타협이 안 되는 게 그런 이유 아닌가.

A : “김 의원의 주장은 옳고 그름을 떠나 용기 있다고 생각한다. 길들여지면 편한 게 사실이다. 나는 좋은 편, 저쪽은 나쁜 편, 이분법을 세우고 진영논리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런데 스스로 거기에 자꾸 길들여지면 안 된다. 우리도 틀릴 수 있는 거다. 그들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런 전제에서 자꾸 회의하고 반추해야 하는데, 그걸 김해영이라는 젊은 정치인이 제기했다. 좋은 지적이다. 사실 밖으로 표출은 못 해도 내부에선 치열한 논쟁을 많이 했다.”

Q : 조국 청문회에서 법사위원으로 ‘조국 수호’에 앞장서지 않았나. 그랬던 이유는.

A : “허물이 있다면 가감 없이 탓을 해야 한다. 하지만 죽이려고 달려들면 안 된다. 조 전 장관에 대해 과민한 반응들이 많았다. 조국이란 계기를 통해 불공정, 불평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그걸 조 전 장관 혼자 책임질 문제는 아니다. 대통령의 몫이기도 하고 여당의 몫이기도 하다. 왜 혼자 감당할 문제로 내버려 두느냐에 대한 불만이 강했다. 많은 분이 일방적으로 감싸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할 얘기를 조심스럽게 한 거다.”

Q : 조국이 던진 불평등의 문제에 대해 여당이 등한시한 거 아닌가.

A : “그건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청년들이 조국 문제를 제기할 때 이에 맞게 응답해야 한다. 워낙 대치가 가파르다 보니까 그쪽으로 가기 어려웠다. 야당의 공격이 좀 지나쳐 매몰되고 갇힌 거다.”

Q : 청와대 판단이 빨라 일찍 포기했다면.

A : “청와대 내부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좀 더 빨리 신속하게 대응했어야 하는 건 아는데…. 주변에 있는 청와대 참모들의 역할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민감하고 기동성 있게 대응을 해야 했는데, 좀 못하지 않았나.”

Q : 민심 전달이 대통령에게 잘 안 된 건가.

A : “그건 잘 모른다. 포괄적으로 말하면 청와대는 기획하고 판단하는 곳이다. 실행의 전반을 책임질 수는 없는 거다. 기획하고 어떤 상황에선 판단하고 조정하는 이 세 가지 기능을 한다. 근데 이 세 가지 다 부족함이 있었다.”

Q : 청와대가 바뀌었으면 하는 건.

A : “생각이 다른 사람, 출신이 다른 사람, 선거에 기여했든 안 했든 측근이 아닌 사람. 지금 청와대에 이질적인 요소가 있나. 그런 사람이 있어야 건강하게 견제가 되고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노(NO)라고 할 수 있는 참모가 있어야 한다.”

Q : 당내 정성호 의원이 “(여당에)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A : “공감한다. 책임 있는 주체들이 국민에게 얘기하고 매듭을 짓고 새 출발하는 게 필요한데.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하는 건 국민에 대한 자세는 아니다. (지도부가) 고민은 하고 있을 거라고 보지만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Q : 이번 국면을 거치면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이 거의 비슷해진 조사도 있다.

A : “지금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이 잘하고 있나, 못하고 있나를 본다.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무당층으로 갈 수도 있고, 한국당 지지로 의사 표시를 할 수도 있다. 민주당에 대한 항의이자 경고다.”

Q :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선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 “당·정·청이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청와대가 그런 점에서 판단해 변화하지 않을까 싶고. 당도 변했으면 좋겠다.”

Q : 어떻게 일신한다는 건가.

A : “당은 젊은 사람들이 전면에 앞장서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선거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최소한 비례대표 절반은 20~30대를 공천해야 한다. 20~30대 20명만 있어도 당이 확 달라질 거다. 한국 사회가 많이 바뀔 거다.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다. 우리가 그렇게 하면 다른 당도 그렇게 할 것 아닌가. 그러면 국회에 최소한 20~30대가 30~40명이다. 물갈이가 판갈이로 연결된다.”

Q : 내각은 어떻게 일신하나.

A : “총리도 바꿀 거면 예산안이 끝날 시점에 바꿔야 한다. 젊고 참신한 총리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연다는 걸 선명하게 보여주려면 40대 총리가 필요하다. 30대 장관도 좋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1년 대선을 앞두고 40대 기수론으로 태풍을 일으키지 않았나. 지금 못할 건 없다.”

Q : 광장 정치의 일상화는 곧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닌가.

A : “위기로 볼 수 있다. 나는 그보다 정치 무능, 실패의 결과라고 본다. 정치가 잘 작동이 안 된다. 심각하다. 근데 정치가 무능하다는 걸 숨기는 여러 방식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진영논리다. 심하게 대치해 싸우면 못난 게 숨겨진다. 그런 후 정치 현안을 사법부로 끌고 간다. 정치의 사법화. 이게 또 정치 무능을 숨기는 알리바이다. 더 최악인 건 정치를 사법부에 시켜 놓고, 또 마음에 안 들면 공격한다. 선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구속 영장을 기각했냐, 발부했냐를 가지고 싸우면 안 된다. 야당만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정치 전체가 그러면 안 된다.”

Q : 북한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때문에 말이 많다. 우리가 북한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A : “열 받지요. 그런 게 있다. 그런데 북한이 예뻐서 대화하고 풀어보려는 게 아니지 않나. 우리를 위해 하는 거다.”

Q : 전략통이란 별명이 있는데 내년 총선은 어떨 거 같나.

A : “여당 하기 나름이다. 선거에서 야당이 잘해서 야당이 이기는 경우가 없다. 독립변수는 여당이 잘하냐 못 하느냐다. 우리가 못하면 ‘못난 야당’이라도 밀어줄 수 있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를 응징하기 위해 그쪽이 싫어도 표를 줄 수 있다. 그게 민심이다.”

Q : 정치 안 하면 뭘 할 건가.

A : “특별한 계획은 없고, 평소 학생들을 가르쳐 보고 싶은 열망은 있었다. (※한신대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 중). 기회가 되면 방송도 하면 좋겠다.”

신용호 논설위원, 정리=장서윤 인턴기자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