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통해 세금 징수와 관련, “넉넉한 집부터 징수하고 아전들이 빼돌리지 않도록 하여야만 기한에 댈 수 있을 것이다(先執饒戶無爲吏攘 斯可以及期矣)”며 “중복하여 징수하는지 살피고(察其疊徵)/( …)/ 예전부터 있던 것을 닦아서 새로 요구하는 것을 막아야만 폐단을 없앨 수 있다(恪修其 故?其新求 期可以無弊矣)”고 강조했다. 세금 탈루나 공직 비리 방지는 물론 세금을 더 받기 위해 중복되는 제도를 만들지 말라는 당부다.
정부기관들이 비용을 중복 편성하는 등 국민 세금이 ‘줄줄’ 새고 있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예컨대 물품을 일괄 구매하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으나 개별 구매로 누수가 생기고, 비용을 과다 책정해 세금을 축내는 일 따위를 들 수 있다. 국민의 과세 부담이 늘면 ‘조세 저항’을 부를 수도 있다.
‘가혹한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는 논어의 교훈을 새겨야 한다. 공자는 제자들과 함께 수레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었다. 태산 근처에 이르렀을 때 깊은 산 속 어디선가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공자는 제자인 자로로 하여금 사연을 알아보게 했다. 여인은 “이곳은 참으로 무서운 곳입니다. 옛날 시아버님이 호랑이에게 물려 가셨고, 이어 제 남편과 자식이 모두 물려 죽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무서운 이곳을 왜 떠나지 않느냐고 묻자 그녀는 “여기는 그래도 가혹한 세금에 시달릴 걱정이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사나운 것이니라”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줬다.
민간투자 부진이 계속되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대한상공회의소 경고가 나왔다. 민간의 활력을 높이려면 선진국처럼 감세와 규제 완화에 나서는 게 순리다. 증세와 혈세 낭비는 더더욱 경계할 일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察其疊徵 : ‘공직자는 세금을 중복해 거두는지 살펴야 한다’는 뜻.
察 살필 찰, 其 그 기, 疊 거듭 첩, 徵 거둘 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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