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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황종택의신온고지신] 찰기첩징(察其疊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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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혈세’(血稅)로도 불린다. 국민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정부에 세금으로 내기 때문이다. 특히 소시민들은 유리지갑처럼 투명하게 파악되는 소득의 일정액을 꼬박꼬박 세금으로 내고 있다. 마땅히 당국은 국고를 헛된 곳에 쓰지 말고 국리민복을 위해 알뜰살뜰 써야 한다.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통해 세금 징수와 관련, “넉넉한 집부터 징수하고 아전들이 빼돌리지 않도록 하여야만 기한에 댈 수 있을 것이다(先執饒戶無爲吏攘 斯可以及期矣)”며 “중복하여 징수하는지 살피고(察其疊徵)/( …)/ 예전부터 있던 것을 닦아서 새로 요구하는 것을 막아야만 폐단을 없앨 수 있다(恪修其 故?其新求 期可以無弊矣)”고 강조했다. 세금 탈루나 공직 비리 방지는 물론 세금을 더 받기 위해 중복되는 제도를 만들지 말라는 당부다.

정부기관들이 비용을 중복 편성하는 등 국민 세금이 ‘줄줄’ 새고 있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예컨대 물품을 일괄 구매하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으나 개별 구매로 누수가 생기고, 비용을 과다 책정해 세금을 축내는 일 따위를 들 수 있다. 국민의 과세 부담이 늘면 ‘조세 저항’을 부를 수도 있다.

‘가혹한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는 논어의 교훈을 새겨야 한다. 공자는 제자들과 함께 수레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었다. 태산 근처에 이르렀을 때 깊은 산 속 어디선가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공자는 제자인 자로로 하여금 사연을 알아보게 했다. 여인은 “이곳은 참으로 무서운 곳입니다. 옛날 시아버님이 호랑이에게 물려 가셨고, 이어 제 남편과 자식이 모두 물려 죽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무서운 이곳을 왜 떠나지 않느냐고 묻자 그녀는 “여기는 그래도 가혹한 세금에 시달릴 걱정이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사나운 것이니라”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줬다.

민간투자 부진이 계속되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대한상공회의소 경고가 나왔다. 민간의 활력을 높이려면 선진국처럼 감세와 규제 완화에 나서는 게 순리다. 증세와 혈세 낭비는 더더욱 경계할 일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察其疊徵 : ‘공직자는 세금을 중복해 거두는지 살펴야 한다’는 뜻.

察 살필 찰, 其 그 기, 疊 거듭 첩, 徵 거둘 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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