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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플라스틱 퇴출' 확산에 글로벌 화학업계 '잘 썩는 플라스틱' 개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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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1위 화학기업 바스프는 지난해부터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폐플라스틱이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목소리가 커지자, 바스프는 폐플라스틱을 화학 공정에 재사용하는 ‘켐사이클링(ChemCycling)’을 시작했다.

켐사이클링이란 폐플라스틱을 녹여 오일·가스 등의 원료를 추출한 뒤 이를 새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공정이다. 현재 바스프는 이렇게 재가공한 폐플라스틱으로 모짜렐라 치즈 포장재, 냉장고 부품, 단열재 등을 제조하기 위해 10여개 기업과 손잡고 시제품을 개발 중이다.

바스프 관계자는 "그동안 깨끗하지 않은 혼합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려워 매립지에 폐기되는 일이 다반사였으나, 켐사이클링을 통해 버려지는 폐플라스틱 양을 줄일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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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프의 켐사이클링 공정으로 제조한 쥐드팍(Sudpack) 포장 필름 모습 / 바스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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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퇴출’ 기조가 확산되면서 석유·화학 업계가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폐기물과 비닐 등을 처리할 방안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재가공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법부터 자연스럽게 썩어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도 상용화 단계의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관련 연구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플라스틱 녹여 재생산하고 옥수수로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국내 기업 중에는 SK그룹 계열사가 가장 적극적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폐플라스틱·폐비닐에서 추출한 유화(油化)원료를 석유화학 원료로 쓰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제주클린에너지와 기술협약을 맺었다. 결과물은 내년 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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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SK케미칼의 바이오플라스틱 '에코젠'이 적용된 물병 / SK케미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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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285130)은 잘 썩는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식물성 원료로 만든 ‘바이오 유래 플라스틱’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50년에서 수백년간 썩지 않는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수개월 안에 완전히 분해돼 친환경 소재로 꼽힌다.

SK케미칼은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80~100% 사용한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인 ‘에코플랜’의 생산을 검토 중이다. 이 소재는 상용화할 경우 각종 포장용 필름, 투명 진공성형 용기, 부직포 등에 들어갈 예정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이 2021년부터 모든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가능한 원료로만 생산하도록 규제를 강화한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가능 패키징소재 개발’ TF를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운영해 재활용 소재가 혼합된 투명 플라스틱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도 하반기 중 구체적인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011170)은 2012년 옥수수·사탕수수로 만든 바이오페트 생산에 성공한 바 있다.

◇"친환경 플라스틱 비싸 수요 적어…상용화 걸림돌"

업계에서는 플라스틱 규제가 강화되면서 재활용·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이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바이오플라스틱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규모는 2017년 88만톤에서 2022년 135만4000톤으로 약 54%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세계 최대 플라스틱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지난해 ‘폐플라스틱 수입 중단’을 선언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과 친환경 플라스틱 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다만, 친환경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보다 비싸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시장 확산의 걸림돌이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친환경 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보다 단가가 30~40% 높다보니 수요가 적어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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