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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공정위, 통신+방송에 제동…유료방송 시장 재편 올해 넘기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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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기업 결합 심사를 유보하기로 결정하며 연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했던 LG유플러스-CJ헬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의 기업 결합이 난항에 빠졌다. 자칫하면 연초 불붙었던 유료방송 시장 재편 움직임이 해를 넘기며 늦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방송 업계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유료 방송 시장 재편을 통해 미디어 시장 경쟁력 확대를 요구해온 만큼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정위의 허들을 바로 넘어서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공정위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기업 결합 심사에 유보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측은 "유사 합병건이 있어 위원들끼리 다시 회의를 갖고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 놓았다.


SK텔레콤·KT "LG유플러스에도 동일 수준의 교차 판매 금지 필요" 주장

공정위는 유보 결정에 대한 구체적 사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문제가 된 지점은 ▲교차 판매 금지 조항 ▲알뜰폰 분리 매각 ▲독행기업 부재 등 3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이해 관계자 의견 청취 과정에서 SK텔레콤과 KT, 일부 교수들이 교차 판매 금지 조항과 알뜰폰 분리 매각과 관련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펼쳤고 이를 위원들이 받아들여 두가지 합병 사례를 동일 선상에 놓고 다시 한번 들여다 보겠다고 나선 상황"이라며 "당장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측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과정에서 서로 상대방의 상품 판매를 불허하는 '교차 판매 금지 조항'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총 20분간의 의견 청취 시간 대부분을 할애해 LG유플러스는 CJ헬로 대리점에서만 교차 판매를 금지시켜 사실상 규제를 피해 갔는데 SK텔레콤의 경우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대리점 모두 교차 판매가 금지돼 규제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지난 9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대해 조건부 승인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구체적인 조건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 방송 인수시 일정기간 가격과 채널 수 유지, 적절한 이용자 고지 등을 조건으로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차 판매 금지의 경우 CJ헬로 영업점에만 적용된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통합법인 출범에 대해선 더 강력한 규제가 덧씌워졌다. 조건이 그대로 이행될 경우 합병 이후에도 SK텔레콤 영업점에서는 케이블방송 서비스를 팔 수 없게된다. 티브로드 영업점 역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상품을 팔 수 없게 된다. 합법인 출범은 허용하면서 정작 영업은 과거와 동일하게 하라는 식이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경쟁사, 동일 잣대에서 지배력 전이 문제 봐야

공정위가 교차 판매 금지 조항을 넣은 까닭은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이 케이블방송으로 전이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좀 더 강한 규제가 적용됐고 LG유플러스는 통신 시장 3위 사업자로 지배력 전이 문제가 약하다고 판단해 최소한의 규제만 적용됐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CJ헬로가 케이블방송 1위 업체인 만큼 공정위가 지배력 전이 문제를 동일한 잣대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측은 다음 주 진행되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기업결함 승인을 위한 전원회의서도 교차 판매 금지 조항의 제외 의견을 낼 예정이다. LG유플러스에 규제를 덧씌우는 대신 SK텔레콤의 합병과정서도 교차 판매 금지 조항을 완화해 달라는 것이다.


KT 역시 공정위에 '교차 판매 금지 조항'에 대한 형평성을 제기했다. SK텔레콤과 다른 것은 두 사업자 모두 교차 판매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두 회사의 합병 초기부터 문제점으로 제기된 CJ헬로의 알뜰폰 사업부문 분리 매각도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 독행기업 부재 문제와 기준도 거론됐다. 알뜰폰 시장에서 CJ헬로는 공격적인 시장 전략을 통해 요금 인하 효과를 가져오는 독행기업(Maverick) 역할을 해 왔는데 흡수 합병될 경우 요금 인하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다. 이같은 의견에 독행기업을 정의하는 기준 자체가 다소 모호하다는 의견도 나오는 등 주요 쟁점들에 대한 정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이다.


방송 업계, "공정위 두건의 기업결합 심사 병합" 전망

방송 업계는 결국 공정위가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등 두건의 기업결합 심사를 병합하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 놓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에선 차이를 보이지만 두 합병 모두 통신 사업자의 케이블 방송 인수라는 점에서 유사해 서로 다른 기준을 제시하기 보다 형평성을 고려해 동일 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SK브로드밴드 수준의 교차 판매 금지 조항이 부과될 경우 엄청난 손해, 완화된다고 해도 좋을게 없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공정위가 부여한 조건을 다 수용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유보 결정이 나와서 유감"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경우 교차 판매 금지 조건 완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우선 LG유플러스의 CJ헬로 합병에 제동이 걸린 만큼 양쪽 회사의 기업 결합심사가 끝나는 시점이 비슷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KT 역시 한시름 놓았다. 합산규제 문제가 정리되지 않아 딜라이브 인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사들의 덩치 키우기가 늦어지며 시간을 벌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교차 판매 금지 조항을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합병에도 적용할지, 양쪽 모두 없앨지를 결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교차 판매 금지의 경우 미디어 기업 결합에 따른 경쟁력 확대라는 합병 취지 자체를 후퇴시키는 만큼 공정위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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