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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정민의 世說新語] [541] 환양망익 (豢羊望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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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1652년 10월 윤선도(尹善道·1587~ 1671)가 효종께 당시에 급선무로 해야 할 8가지 조목을 갖추어 상소를 올렸다. ‘진시무팔조소(陳時務八條疏)’가 그것이다. 하늘을 두려워하라는 외천(畏天)으로 시작해서, 마음을 다스리라는 치심(治心)을 말한 뒤, 셋째로 인재를 잘 살필 것을 당부하는 변인재(辨人材)를 꼽았다.

"정치는 사람에게 달렸다(爲政在人)"고 한 공자의 말을 끌어오고, "팔다리가 있어야 사람이 되고, 훌륭한 신하가 있어야 성군이 된다(股肱惟人, 良臣惟聖)"고 한 '서경'의 말을 인용한 뒤 이렇게 말했다. "삿된 이를 어진 이로 보거나, 지혜로운 이를 어리석게 여기는 것, 바보를 지혜롭게 보는 것 등은 바로 나라를 다스리는 자의 통상적인 근심입니다. 다스려지는 날은 늘 적고, 어지러운 날이 항상 많은 것은 모두 이 때문입니다(以邪爲賢, 以智爲愚, 以愚爲智, 此乃有國家者之通患. 而治日常少, 亂日常多, 皆由於此也)"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적재적소에 인물을 발탁하는 문제를 설명한 뒤, "마땅한 인재를 얻어서 맡긴다면, 전하께서는 그저 가만히 있어도 나라를 다스릴 수 있고, 높이 팔짱을 끼고 있어도 아무 근심이 없을 것입니다. 마땅한 인재를 얻지 못한 채 나라를 다스리려 한다면, 이는 진실로 수레를 타고서 바다로 달려가고, 양을 길러 날개가 돋기를 바라는 것과 같아 애를 써 봤자 한갓 수고롭기만 하고, 나날이 위망(危亡)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如此等人材得而任之, 則殿下可以垂衣而治, 高拱無憂矣. 不得其人, 而欲治其國, 則誠如乘輦而適海, 拳羊而望翼, 徒勞於勵精, 而日就於危亡矣)"라고 했다.

글 중에 수레를 타고 바다로 가고(乘輦適海), 양을 길러 날개가 달리기를 바란다(豢羊望翼)는 말은 당나라 때 성균(盛均)의 ‘인한해(人旱解)’에 나온다. 수레를 몰고 길이 아닌 바다를 향해 내달리면 결국은 물에 가라앉고 만다. 아무리 정성을 쏟아 길러도 양의 어깨에서 날개가 돋아날 리는 없다. 될 수 없는 일의 비유로 쓴다. 효종은 비답(批答)을 내려 “내가 불민하지만 가슴에 새기지 않을 수 없다”며 “앞으로도 나의 과실을 지적하고 부족한 점을 채워 달라”고 당부했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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