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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 미래 오피스는 빌리지의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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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미국 뉴욕의 첼시 지역에 구글 사옥이 있다. 강의와 토론을 할 수 있는 로마시대의 포럼과 같은 라운지, 레고 등 다양한 게임을 갖춘 놀이방, 뉴욕에서 가장 긴 옥상 정원 등이 구비되어 있다. 뉴욕에서 가장 긴 실내 복도를 빠르고 재미있게 오가기 위해 킥보드도 배치돼 있다. 층마다 다른 테마로 꾸며진 카페와 레스토랑의 음식은 모두 무료다. 자기 자리는 있지만 아무 데서나(free address) 어떤 자세(free posture)로 일해도 상관없다. 특이한 점은 책상에 전화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통은 이메일과 문자로 하고 꼭 직접 통화가 필요하면 복도에 마련된 독립된 전화부스를 이용한다. 드라마 ‘미생’에서처럼 전화기에 대고 소리 지르는 부장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바둑판 형태의 가구 배치나 뒤에서 직원들을 감시하는 상사의 데스크도 없다. 창조적인 혁신을 수용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업무의 퍼포먼스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미래의 오피스는 하나의 빌리지를 만드는 것이다. 공간의 개념은 ‘위계’에서 ‘공동체’로 바뀌고 있다. 구글뿐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페이스북, 아칸소의 월마트, 더블린의 마이크로소프트, 덴마크의 레고 사옥 등이 다 이렇다. ‘캠퍼스’라고 불린다. 대학의 캠퍼스처럼 공부하고 또 놀기도 하는 ‘도시 속 낭만주의(Urban Romanticism)’를 표방한다. 여기에는 오랜 시간을 보내도 지겹지 않고 군데군데 놀거리와 구경거리, 이야기가 있는 ‘유목(nomad)’의 정서가 담겨 있다. 일과 놀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 이런 공간 스타일의 등장은 자연스럽다. 직장 선택에서 월급이나 직종 못지않게 작업 환경을 선호하는 경향은 젊은 세대에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개인적으로는 일에 집중하지만 물리적인 공간에서는 동료들과의 따듯한 결속을 갈망한다. 작은 규모로는 친구의 집에 놀러 가서 같이 공부하는 느낌, 크게는 작은 마을에서 주민들과 어울리며 협력하는 경험이다. 이것은 네트워크를 통한 미래의 작은 마을, 작은 도시를 만드는 실험이기도 하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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