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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中 관영 매체 2곳, 일제히 삼성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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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일보, 리커창 총리의 삼성 반도체 시안 공장 방문 1면에 보도

글로벌타임스 "품위있게 문 닫아"… 스마트폰 공장 철수도 칭찬

중국 관영 매체가 잇따라 삼성에 우호적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외국계 기업들이 '탈(脫)중국'하는 상황에서 삼성을 '대표 외국 기업'으로 띄우는 모양새다.

중국 인민일보는 리커창 총리가 시안(西安) 삼성 반도체 공장을 찾은 소식을 16일 자 1면에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리 총리가 삼성 공장을 찾은 자리에서 "중국은 내·외자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하며 경영 환경을 개선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있다"며 "각국 기업이 중국에 와서 발전 기회를 나누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중국 당국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매체이다. 이 신문은 통상 국가주석과 총리 등 최고 지도자들의 주요 동향을 비중 있게 보도하지만, 외국의 특정 기업을 방문한 소식을 1면에 게재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전날엔 삼성의 중국 공장 철수에 대해서도 칭찬하는 기사가 나왔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5일 '삼성은 중국에서 패배자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은 삼성이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 스마트폰 공장을 닫으면서 퇴직자에게 퇴직금과 선물을 제공하고 퇴직자의 구직도 도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삼성이 품위 있게 공장 문을 닫아 네티즌의 존경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문을 닫은 후이저우 공장은 삼성의 중국 내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 공장이었다.

이 매체는 "중국 중소기업은 노동자를 해고할 때 퇴직금을 주지 않는다"며 "해외 투자에 주목하는 중국 기업들이 삼성에서 배우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삼성 띄우기'에 대해 재계에서는 "삼성을 띄우며 외국계 기업들을 달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유럽 기업들은 중국 내 인건비가 오르고, 미·중 무역 분쟁으로 미국 수출 시 관세가 늘어나면서 공장을 베트남·인도 등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중국 내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전년보다 2.5%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삼성 사례를 통해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을 잘 챙겨준다'는 시그널(신호)을 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 기업 대신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삼성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무원이 운영하는 중국정부망은 지난 14일 리커창 총리의 삼성 반도체 공장 방문 소식을 전하며 "삼성은 (시안 반도체 공장에) 지금까지 약 13조원을 투자한 데 이어 2단계 투자가 진행 중"이라며 "예상 투자액은 총 18조원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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