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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분수대] 대통령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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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민우 정치팀 차장


1961년 4월 미국의 쿠바 침공 사흘 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침공을 계획한 건 미국 정부이며,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고 밝힌다. 당시 한 기자는 “왜 국무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나”고 묻자 케네디는 이렇게 답한다. “추가적 발표나 논의를 한다 해서 책임을 피할 순 없습니다. 내가 이 정부의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지도자의 사과엔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①공식성=공개적인 자리에서 하라 ②직접성=본인이 국민을 상대로 하라 ③책임성=모든 책임은 자신에게서 끝난다는 점을 명확히 하라. 따라서 “충분한 고민 없이 이뤄진 듯한 대통령의 사과는 역효과만 일으킬 수 있다”(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지적이다.

조국 사퇴와 관련, 14일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뒷말이 많다. “국민 갈등을 야기해 매우 송구스럽다”고 했지만, 조국 임명 자체에 대해선 사과하지 않아서다. 이를 인정했다간 “나쁜 선례”라고 했던 대통령 자신의 말을 뒤집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결국은 책임론에 휩싸일 것을 경계했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이미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인적 쇄신론이 불거지고 있다.

대통령의 사과는 인색하다는 통념과 달리 문 대통령은 지난 2년 반 동안 여러 차례 사과했다. 5·18 유가족, 가습기 피해자, 세월호 유가족 등 대부분 과거 정부와 연관된 경우였다. 본인이 굳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16일에도 문 대통령은 부마항쟁 기념식을 찾아 “유신독재 피해자들에게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일각에선 “사과도 철저히 정파적”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

최민우 정치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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