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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VIEW POINT] 토스 독무대 된 제3인터넷銀…처음부터 예견됐던 흥행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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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이 사실상 토스뱅크의 독주로 치러지게 됐다.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를 향한 금융감독당국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흥행 참패'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토스뱅크를 위한 무대"라는 말도 나오면서 겉치레뿐인 정부의 혁신정책이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신규 인가 추진 때부터 예견됐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혁신 행사'를 통해 '은산분리 완화'에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줬지만, 주요 후보군이던 네이버·넥슨·인터파크 등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일찌감치 손을 떼고 선을 그었다.

ICT 업계는 여전히 인터넷은행업에 대한 규제가 강하고 당국 입김도 세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ICT 기업이 인터넷은행 지분 100%를 소유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인터넷은행업을 추진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인터넷은행특례법상 ICT 기업 지분 한도는 34%이고, 이마저도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받은 전력이 있으면 불가능하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이 규정 탓이 크다.

어렵사리 은산분리 완화를 명분으로 추진해 올해 1월부터 시행된 특례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규제 장벽이 높은 상황에서 ICT·금융사들에 무작정 '도전하라' '혁신하라'는 것은 분명 난센스다. 금융업계에서는 인터넷은행 도입이 은행업 경쟁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와 정반대로 경쟁을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계에서는 사업 수주 등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더러 있다"며 "위법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이를 자격 제한 요건으로 삼는 것은 과한 조치"라고 항변한다.

인터넷은행 도입 정책이 여러 차례 타이밍을 놓친 뒤 '혁신'으로 포장됐다는 점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인터넷은행 도입 논의는 세 번이나 무산됐다. 2001년 SK텔레콤·롯데·안철수연구소 등이 '브이뱅크' 설립을 논의했고, 2008년에는 당국 주도로 다시 한 번 불이 붙어 은행법 개정안이 마련됐다. 하지만 은산분리 등에 대한 논란으로 번번이 중단됐다. 가장 최근인 올해 5월에는 예비인가까지 치러졌는데도 모든 신청자가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런 흥행 참패를 놓고 정치권은 남 탓하기 바쁘다. 지난 5월 예비인가 탈락 후에는 "어렵게 특례법을 통과시켜줬는데 왜 성과를 못 내느냐"며 금융당국을 질타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혁신기업에 은행업을 허용해준다는 큰 틀을 봐야 하는데 특례법에 대주주 규제에 관한 사항이 일일이 열거돼 있다 보니 당국이 재량 판단을 내렸다가는 나중에 '특혜 시비'가 붙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관련 개정법안이 이미 국회에 계류돼 있다. 키를 쥔 국회가 이제는 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금융부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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