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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평양 무관중 경기’…냉랭해진 남북관계에 시름 깊어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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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다했지만 안타까워”

평화프로세스 지지 약화될라 우려

일각서 ‘적극적으로 북 설득’ 주문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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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 홍역을 치른 청와대가 이번엔 냉랭해진 남북관계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순탄치 않았던 남북관계가 월드컵 축구 예선 평양 무관중 경기를 계기로 도드라져 보이는 점도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6일 남북 국가대표팀 경기가 관중 없이 치러진 것에 “굉장히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스포츠를 통해 평화의 물꼬를 튼 것처럼, 많은 국민이 (이번에도) 스포츠가 그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것에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무관중 경기와 관련해 특히 청와대가 뼈아파하는 대목은 국민적 관심이 큰 월드컵 예선전을 통해 싸늘해진 남북관계의 단면을 직접 ‘체감’했다는 점이다. 무관중 경기는 가뜩이나 제자리걸음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필수적인 여론의 지지가 약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근심이 깊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화를 제안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북-미 실무협상 재개의 군불을 지폈으나 여전히 상황 변화가 없다.

5일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 역시 북한은 결렬을 선언한 상태다. 청와대는 북한의 거듭된 단거리 미사일 발사나 문 대통령을 향한 북한 당국의 비난 성명에도 ‘남북 최고 지도자 사이의 신뢰는 단단하다’고 했으나, 점차 이런 공언이 무색하게 되어가는 셈이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포함한 남북 소통, 연락 채널도 최근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11월 부산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한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 개최 구상도 힘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무관중 경기는) 무척 속상한 일”이라며 “국민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청와대 주변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방법과 형식으로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북-미 관계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재자나 촉진자 구실을 언급하는 빈도도 눈에 띄게 줄었다. 대북 제재 완화나 남북 경협 확대 설득 역시 미국의 완강한 태도 속에 강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과 함께 북한도 동시에 설득해야 한다”며 “좀 더 창의적인 방안을 고심할 시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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