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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친기업-반기업’의 이분법, 이젠 넘어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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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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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해 총 60조원 규모의 미래차 발전계획을 격려했다. 닷새 전에는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을 방문해 13조원 투자계획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올해 들어 문 대통령의 기업 방문은 14번째다. 조국 장관 사퇴를 계기로 국정 중심을 검찰개혁과 함께 경제·민생 분야로 넓히려는 뜻으로 읽힌다.

이를 바라보는 보수-진보 진영의 시각은 엇갈린다. 보수는 대통령의 경제 행보를 반기면서도, 말로만 감사·격려할 게 아니라 규제개혁에 적극 나서라고 압박했다. 일부 언론은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 같자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며 “정부가 (기업을) 돕는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숟가락을 얹는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보수는 정부가 강조해온 재벌개혁·갑질근절 등 국민 공감대가 큰 공정경제 정책조차 ‘반기업’으로 매도했다.

반면 진보는 ‘대기업 의존 성장’에서 탈피한다는 대통령 약속에 배치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삼성 방문은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사건 파기환송심을 앞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고 비판한다. 국민 정서와 어긋나고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이처럼 진보-보수의 평가는 정반대지만, 그 밑바닥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업을 자주 만나면 ‘친기업’, 그 반대면 ‘반기업’이라는 이분법이다. 대통령의 기업 방문은 부진한 투자·고용을 독려하려는 것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대통령도 경제가 단기적으로 엄중한 상황임을 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또 “대통령의 삼성 방문과 (이 부회장의) 재판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의 기업 방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오랜 ‘정경유착’의 역사 탓이 크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처럼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경제민주화를 포기한 전례도 있다. 그 점에서 문 대통령이 기업 접촉을 늘리면서도, 재벌 총수와 단독·밀실 회동을 피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또한 문 대통령이 경제개혁과 기업 방문은 별개이고, 개혁 없이는 경제 성과도 없다는 점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재벌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공정거래법,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등 개혁입법이 국회에서 잠을 자는 상황에서, 하위 행정법령 개정을 통해 개혁에 속도를 내는 보완책을 정부가 좀 더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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