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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강간 미수는 아니다" …주거침입죄만 유죄 '징역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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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미수 무죄…"강간 의도 추단하기 어려워"
"예상 행위 아니라 벌어진 행위로 판단해야"

조선일보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모(30)씨가 지난 5월 3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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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주거침입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봤지만, 강간미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김연학)은 16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강간)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30)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주거 침입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유죄로 인정된다"며 "피해자 주거지의 엘리베이터와 공용 계단, 복도 등에 들어간 시점에 주거침입죄는 성립된다"고 했다.

다만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강간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객관적으로 드러난 조씨의 행동은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려고 한 것이지 강간 의도를 추단(推斷)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강간이 아닌 강제추행 등 다른 유형의 성범죄나 강도 등의 목적으로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려고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령 강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실행에 착수했음이 인정돼야 (강간미수 혐의에 대해) 처벌할 수 있다"며 "조씨가 (사건 당시) 할 것으로 예상되는 행위가 아니라 이미 행한 행위를 기초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조씨의 행동을 살펴보면 외부적 상황이나 여건에 의해 방해를 받거나 좌절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강간으로 이어질 직접적인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 주거지의 현관문은 피해자가 끝내 열어주지 않았는데, 이는 법률상 강간의 전(前) 단계나 이를 위한 준비행위에 불과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피해자에게 3000만원의 합의금을 지급한 점, 피해자가 조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조씨가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과 함께 생활하겠다며 주소지를 이전한 점 등을 양형에 감안했다. 재판부는 "조씨는 이른 아침 홀로 귀가하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공동주택 내부에 있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은 물론 주거지까지 침입을 시도해 주거의 평안을 해치는 등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를 불러 일으켰고 성범죄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한층 증폭시켜 엄히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조씨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신상정보 고지명령, 7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5년간 보호관찰, 야간 특정시간대 외출제한, 피해자 등 특정인 접근금지 명령 등을 요청했다.

조씨는 지난 5월 28일 오전 6시3 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원룸에 사는 20대 여성을 뒤따라가 10분 이상 현관문을 두드리거나 손잡이를 돌리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러보는 등 집에 침입하려는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조씨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인터넷 등에서 퍼지면서 조씨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경찰은 애초 조씨에게 주거침입 혐의만 적용했지만, 여론이 들끓자 강간미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 조사 결과 조씨는 당시 술에 취해 택시에서 내린 피해자를 발견한 뒤 200m를 뒤따라갔다. 이 과정에서 옷 속에 넣어둔 모자를 꺼내 눌러 쓰기도 했다. 조씨가 현관문을 두드리자 피해자는 인터폰을 통해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조씨는 "떨어뜨린 물건이 있으니 문을 열어달라"고 대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피해자가 "두고 가라"고 말하자, 조씨는 "필요 없어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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