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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발언대] 동물 복지 축산 농장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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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를 중심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되면서 축산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00년대 초부터 각종 가축 질병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은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다. 그때마다 대규모의 살처분과 감염 확산 방지 활동 등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가축 질병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공장형 축산 시스템이다. 우리의 축산 방식이 '고투입·고산출'을 통한 최대 생산에 치중한 결과 선진국에 비해 가축이 질병에 취약해진 측면이 있다. 가축 밀집 사육으로 단기간에 대량생산을 할 수 있지만, 좁은 공간에 밀집 사육하다 보니 비위생적인 축사 환경으로 가축들이 전염병에 취약해지는 것이다. 어린 가축 폐사율이 높아지고 항생제 남용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이렇게 생산성 제고에만 매달려 단기간에 가축을 출하하는 공장형 축산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ASF 사태를 계기로 동물 복지 축산 농장을 확대해야 한다. 동물 복지 축산 농장은 동물이 본래 습성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관리하는 농장이다. 밀집 사육 시설을 방목(放牧) 등의 친환경적인 축산 환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되었지만 가축 수를 줄이고 추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널리 확산되지 않고 있다. 고질적인 가축 질병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건강한 동물 사육 환경을 제공하는 동물 복지 축산 농장을 확대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ASF 등의 확산으로 축산 기반이 붕괴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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