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데스크칼럼]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주는 희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규대 문화에디터] “여성 관객은 많이 울었어요. 남성 관객 반응은 다소 갈렸는데 공감하거나 공감 못하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영화 ‘82년생 김지영’(23일 개봉)의 언론배급 시사를 마친 후 한 후배기자의 평가였다. 외적 완성도보다 내적 공감도가 궁금한 영화였던 터라 참석한 관객의 반응을 먼저 살폈다. 어떤 이는 훌쩍거렸고, 어떤 이는 눈물을 흘렸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생 여성 김지영의 일대기를 좇으며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다. 2016년 10월 출판된 후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임에도 내용을 놓고 찬반 논란이 여전하다. 몇몇 여자 연예인이 이 책을 읽었다는 인증샷을 올렸다가 뭇매를 맞기도 할만큼 젠더 논쟁의 앞에 선 작품이다.

영화가 개봉되지 않고 그저 시사회만 가졌을 뿐인데 관련 소식에는 일부 악플이 넘쳐난다. 지난 세대의 여성이 아닌 82년생이 겪는 차별은 크지 않고, 오히려 남성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다. 주인공 지영 역을 맡은 배우 정유미 역시 캐스팅 직후부터 공격에 시달린 터라 “과거와 다른 용기가 생긴 것 같다”고 고백할 정도다. 메가폰을 잡은 김도영 감독은 “저는 2019년을 살아가는 ‘김지영’들에게 괜찮다, 더 좋아질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라며 “지영이 어머니보다는 지영이가, 그리고 지영이보다는 지영이의 딸 아영이가 더 나아진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바람을 가지고 각색했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원작과 달리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다. 소설의 다소 침울한 분위기에서 머물지 않고 한걸음 더 밝게 나아갔다. 누구나 경험한 차별, 그러나 숨기고 싶었던 아픔을 밖으로 드러낸다. 그 주장에 대해 개개인의 호불호를 넘어서 집단적 의식의 변화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작품이다.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 위로와 공감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라는 공유(지영의 남편 대현 역)의 말아 와 닿는 이유다. 82년생 김지영이 겪은 체험이 주는 상처에 공감하고 그 상처를 함께 치유해야 한다.

‘82년생 김지영’은 2019년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을 다룬 보통의 영화다. 소설의 완성도에 대한 오해가 영화의 완성도에 의구심을 던졌다. 게다가 개봉 전부터 페미니즘 영화로 분류돼 폭넓은 관객층을 공략할 수 있을까 궁금증을 갖는 이도 많았다. 단어가 논리를 만들고, 논리가 프레임을 만드는 것처럼 ‘82년생 김지영’도 페미니즘 영화라는 프레임에 갇혔다.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프레임은 페미니즘 영화가 아니라 2019년 우리의 풍경에 대한 영화여야 한다. 정유미는 “성별과 나이 구분 없이 관객 분들은 분명 이 영화를 보실 마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실제 영화는 우리가 지영이나 대현일 수 있다고 낮지만 강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누구를 특별히 좋거나 나쁘게 그리지 않는다. 지영은 자신의 엄마보다 나은 삶을 살았고, 지영은 자신의 딸 아영이 그보다 나은 삶을 살기 희망한다. 그 때문에 누구나 관습적으로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다고 드러내는 것만으로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 영화가 김지영의 위로에 머물지 않고 관객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