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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설리 사망 계기로 악플 심각성 재부각···처벌강화·인터넷실명제 도입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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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악성댓글) 때문에 대인기피증까지 오더라.”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가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을 계기로 사이버폭력의 일종이자 우리 사회 큰 문제가 된 ‘악플’(악성 댓글)의 심각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평소 우울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설리가 과거 방송에서 악플에 대한 고통을 호소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6월 JTBC 예능 ‘악플의 밤’에 출연해 “(악플로 인한 루머에)왠지 (사람들을)만나면 바로 설명해줘야 할 것 같았다”며 “‘그것 다 거짓말이야’라고 막 해야 할 것 같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인간 최진리의 속은 어두운데 연예인 설리로서 밖에서는 밝은척 해야 할 때가 많다”면서 “내가 사람들에게 거짓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두운 부분이 있는데 겉으로는 아닌 척할 뿐”이라고 했다. 아직 정확한 사망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인이 생전 악플에 대해 고통스러워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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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본명 최진리·25)


익명성에 기대 타인의 인격을 마구잡이로 훼손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악플 등 사이버폭력·명예훼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인터넷실명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이다.

◆ 성인 4명 중 1명꼴 사이버폭력 가해 경험…“다름이나 차이 인정하지 않는 사회”

설리의 비보 이후 일부 연예인은 도를 넘는 악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걸그룹 ‘걸스데이’의 민아(본명 방민아·26)는 자신의 설리 추모글에 악플이 달리자 15일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신고하겠다”고 엄정 대처를 예고했다. 걸그룹 쥬얼리 출신 조민아(35)도 이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지금 이 순간에도 악플을 달고 있을 사람 같지도 않은 존재들이 뿌린 대로 거두기를”이라고 일침을 놨다. 걸그룹 베리굿의 멤버 조현(본명 신지원·23)도 이날 “악플 자제해주세요”라는 SNS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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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의 타깃은 주로 주변 지인이나 유명인으로 향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사이버폭력실태조사’에서 19세 이상 사이버폭력 경험자 362명에게 가해 대상을 물은 결과 36.2%가 ‘친구 및 선후배’를 대상으로 사이버 폭력을 행사했다고 답했으며, 32.9%는 ‘연예인, 스포츠선수, 정치인 등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인’에게 사이버폭력 행사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사이버 폭력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상대방이 싫어서, 상대방에게 화가 나서”(31.2%·복수응답가능)라고 가장 많이 답했고 “상대방이 먼저 그런 행동을 해서, 보복하기 위해”(30.4%), “내 의견과 달라서, 상대방이 틀린 말을 해서”(27.9%), “주변에서 함께해 어울리기 위해”(17.7%), “재미나 장난으로”(17.1%)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성인 1500명에게 최근 1년 이내 사이버폭력 가해 경험을 물은 결과 4명 중에 1명(24.4%)꼴로 ‘있다’는 응답이 나왔다. 20대의 사이버폭력 경험률(34.9%)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30대(23.7%), 40대(20.8%), 50대(19.3%)로 나이가 어릴수록 사이버 폭력 가해경험자가 많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인가 울분사회가 돼 사람들 사이 이념적 갈등, 성 갈등 등이 심각해진 것 같다”며 “악성댓글 문제도 다름이나 차이에 대해 경청하고 인정하는 훈련이 안 돼 빚어진 사회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 매년 1만건 이상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범죄 발생…처벌강화, 인터넷 실명제 목소리도

실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범죄도 매년 1만 건을 넘기고 있다. 경찰청의 ‘사이버위협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범죄 발생 건수는 2016년 1만4908건에서 2017년 1만3348건, 지난해 1만5926건, 올해 6월말 기준 7664건으로 수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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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악성 게시물로 인한 허위 사실 기반의 명예훼손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일 경우라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온라인상 명예훼손 게시물은 순식간에 퍼지고 가해자가 받은 피해를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 명예훼손보다 법적 처벌 수위가 높지만 실제 양형이 이뤄지는 수준은 낮아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경각심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법상으로 나와 있는 것과 달리 악성댓글로 실제 처벌받은 건들을 보면 대부분이 벌금형이고 실형이 나와도 1년 남짓”이라며 “그렇게 처벌한다고 해도 명예가 낮아지고 난 뒤에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악성댓글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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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올라온 '인터넷 실명제'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악성댓글을 막기 위해 ‘인터넷실명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청원도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5일 “인터넷 실명제 부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여 주십시오”란 청원이 올라 오후 5시 기준 각각 1608명, 1094명의 동의를 받았다. 한 청원자는 “인터넷 실명제는 폭주하는 인터넷의 발달을 막을 수 있는 방범책”이라며 “여전히 익명의 가면 뒤로 활개 치는 악플러들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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