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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헉~ 동네 공원이 쓰레기매립지였다고요?”…광주 일곡동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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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공원만 2곳’

공사 중 매립쓰레기 발견돼

주민들 “적극 해결 촉구”…시 “환경영향조사 실시”

경향신문

지난 10일 광주 북구 일곡동 제3근린공원에서 ‘일곡지구 불법매립 쓰레기 제거를 위한 주민모임’ 관계자들이 산책로 옆에 설치된 채 방치돼 있는 ‘쓰레기 침출수 맨홀’을 살펴보고 있다. 공원 밑에는 9만t의 쓰레기가 불법매립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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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찾은 광주 북구 일곡동 제3근린공원. 공원 산책로 옆에는 높이 2.5m 정도의 관이 땅속에 박혀 있었다. 관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철망은 출입구가 뜯겨진 상태였다. 그곳에서 30m가량 떨어진 ‘침출수 맨홀’은 쓰레기와 잡목에 뒤덮여 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인근 제2근린공원에도 같은 시설들이 있지만, 이곳에는 아예 주민 접근을 막기 위한 보호 철망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오랜 세월 방치된 이 시설들은 쓰레기매립이 끝난 매립지에서 환경오염을 막고 유해물질 발생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설치하는 ‘가스포집관’과 ‘침출수 처리시설’이다. 대규모 쓰레기매립장에나 필요한 시설이 동네 공원에 있는 것은 공원 부지에 대량의 쓰레기가 묻혀 있기 때문이다. 4살 딸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던 양모씨(36)는 “공원이 쓰레기매립지였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유해가스와 침출수를 처리하는 시설이라면 주민 접근을 차단하고 안내문 등을 붙여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곡동 주민들은 쓰레기 불법매립 문제와 관련, 광주시에 적극적인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3만명이 거주하는 이곳 공원 2곳에서 15만t에 달하는 쓰레기가 발견됐다. 15일 ‘일곡지구 불법매립 쓰레기 제거를 위한 주민모임’에 따르면 제3근린공원 9만t, 제2근린공원에 6만t의 쓰레기가 매립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원이 쓰레기매립지라는 사실도 우연히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광주시가 ‘청소년문화의 집’을 짓기 위해 공원 한쪽 땅을 파던 도중 매립된 쓰레기가 대량 발견됐다. 11m 깊이에서도 쓰레기가 나오자 공사는 전면 중단됐다. 시조차도 쓰레기가 매립된 사실을 모르고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조사 결과 쓰레기는 택지개발이 한창이던 1994년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몰래 묻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 일로 LH 관계자들이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법으로 묻힌 쓰레기는 공원 땅속에 그대로 방치된 채 25년이 흘렸다. 당시 구청 등에서 ‘원상복구 명령’ 등을 내려야 했지만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공원은 ‘매립지 관리대상’에서도 빠져 오염물질 등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 환경부의 ‘폐기물매립지 사후관리 업무처리 규정’을 보면 매립 후 30년 동안 정기적으로 침출수와 지하수, 상부토양, 대기오염 등을 조사하고 관리해야 한다.

김평수 주민모임 공동대표는 “25년 전 묻힌 쓰레기가 확인된 지 10개월이 넘었지만 시와 구청 모두 공원에 있는 관련 시설조차 정비하지 않는 등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바로 옆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있다. 책임지고 쓰레기를 모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주민들과 협의해 내년 1월까지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가 나와야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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