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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콜럼버스는 원주민 탄압한 식민주의자"...美 곳곳에서 동상 '페인트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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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미국은 신대륙을 발견한 이탈리아인 모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기념하기 위해 10월 둘째주 월요일(올해 10월 14일)을 ‘콜럼버스의 날(Columbus Day)’로 정해 공휴일로 지켜왔다.

그런데 최근 몇년 간 콜럼버스가 원주민을 탄압하고 학살에 앞장선 식민주의자라는 ‘재평가’가 힘을 얻으면서 해당 공휴일의 이름을 ‘원주민의 날(Indigenous People’s Day)’로 바꾸는 움직임이 미국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원주민의 날’로 바꿔달라는 요청은 1977년 유엔 회의에서 처음으로 제기됐다. 이후 미국 내에서 원주민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우스 다코타 주(州)가 1989년에 ‘원주민의 날’을 제정한 이후, 1992년 캘리포니아 버클리 시(市), 2017년에는 시애틀으로 점차 확대되어왔다.

이 움직임은 이번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도 동참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을 모양이다. 워싱턴 DC는 80년 넘게 이어온 콜럼버스 날을 올해에는 ‘원주민의 날’로 기념했다. 시의회에 따른 임시조치지만 현재 미국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해당 이름으로 기념할 가능성이 높다.

콜럼버스에 대한 반감은 그를 기념하는 동상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CNN은 샌프란시스코와 로드아일랜드 주에 있는 콜럼버스 동상들이 빨간 페인트 테러를 당했다고 14일(현지 시각)에 보도했다.

조선일보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州)에 설치된 콜럼버스 동상이 붉은색 페인트를 뒤집어썼다. / 트위터 캡처


테러를 당한 두 동상 아래부분에는 ‘학살(genocide)’와 관련된 의미가 담긴 부정적인 메시지들이 존재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원주민들을 학살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함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의 동상에서는 "학살과 관련된 모든 기념품들을 부수고 식민 개척자들을 죽이자"라는 섬뜩한 문구가 동상 밑에 흰 페인트로 적혀있었다. 로드 아일랜드의 경우 "학살을 기념하는 것을 그만두라"라며 앞 메시지와 비슷한 의미가 담겨있었다. 지역 경찰들은 해당 사건들과 관련하여 조사에 나섰다.

이런 과격한 움직임에 미국 여론은 ‘원주민들이 겪었을 고통을 감안하면 이해가 간다’는 입장과 ‘그래도 테러는 안된다’라는 의견으로 갈려 팽팽히 맞서고 있다.

조부모가 미국 원주민의 혈통을 지니고 있다고 밝힌 지나 윌리엄스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정말로 멍청한 짓. 그들이 왜 테러를 행한지에 대해 이해는 하나, 복구 과정에는 우리 세금이 쓰일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로드 아일랜드 지역 원주민 단체 (Rhode Island Indian Council)의 관계자 데럴 월드론씨도 "원주민을 생각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기물 파손과 같은 ‘반달리즘(Vandalism)’은 옹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정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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