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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왜 그렇게 급했나...입법예고도 빼먹은 조국式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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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빠지자 논란만 남은 ‘검찰개혁’..."절차 무시한 졸속"
법무부 "특수부 폐지, 국민의 권리·의무와 관련 없어 생략"
曺는 "기무사 개편때도 생략"...알고보니 정상 절차 거쳐
민정수석 때 밀어부친 공수처 등은 아직도 국회서 공방中

조선일보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전 장관이 14일 오후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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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장관이 지난 14일 사퇴하며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부터 설계하고 추진해 온 검찰개혁은 ‘조국’ 없이 매듭짓게 됐다. 조 전 장관은 사퇴 입장문에서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라고 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조 전 장관은 임기 35일 동안 검찰개혁 방안을 내놨다. 검찰 특별수사부 축소·명칭변경과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 법무부 감찰규정 개정 등이다. 이 가운데 특수부 축소·명칭변경은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바꿔야 하는데, 이 과정이 ‘졸속’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정수석 시절 추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놓고는 여·야 정치권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 법안들은 국회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패스트트랙)됐는데, 본회의 상정 시점을 놓고 여·야가 각각 다른 의견을 내고 있어서다.

◇서울·대구·광주만 특수부 존치案…입법예고 등 생략해 논란
조국식(式)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 힘빼기’다. 그 중에서도 특히 검찰의 직접 수사를 줄이는 것이 우선 과제였다. 조 전 장관은 검찰 특수부를 서울과·대구·광주 등 3곳 지방검찰청에만 남기고 나머지는 폐지하는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14일 발표했고, 정부는 15일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했다.

속전속결이었지만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당장 법무·검찰 내부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입법예고 등 중간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이다. 입법예고는 법령안의 내용을 국민에게 미리 예고하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입법에 반영한다는 취지로 거치는 절차다. 통상 40일 이상 하도록 돼 있다. 법무부 내에서는 "검찰 개혁이라는 중요한 일을 할 수록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행정절차법은 긴급을 요하거나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등 입법예고를 생략할 수 있는 몇 가지 예외사유를 두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 가운데 "입법내용이 국민의 권리·의무 또는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는 경우에 해당 돼 생략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의 해명도 논란을 불렀다. 조 전 장관은 전날 검찰개혁방안 브리핑에서 "정부 조직 관련 입법 예고를 생략한 예가 있다"면서 "과거 기무사를 안보지원사로 바꿨을 때 입법예고를 생략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군기무사령부가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바뀔 당시 국방부는 신규 부대령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조 전 장관의 설명과 달리 규정된 절차에 따라 시행령을 바꾼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지금까지 인권을 강조하면서 검찰개혁을 추진해왔고, 스스로 검찰개혁의 큰 걸음을 뗐다고 자평하지 않았느냐"며 "특수부 축소·폐지가 국민의 권리·의무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이날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국민의 뜻을 모으는 입법예고를 하지 않았다"며 "이는 쿠데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학계에서는 이 같은 절차 생략을 가지고 법적 문제를 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는 세금납부나 토지수용처럼 직접적인 효과를 낳을 때로 한정해서 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라며 "특수부 축소·폐지라는 일종의 직제개편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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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인영(오른쪽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사법개혁 법안 처리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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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수사권조정도 패스트트랙 절차 두고 여야 공방
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도 통과까지는 갈 길이 멀다. 조 전 장관은 퇴임사에서 "당정청이 힘을 합해 검찰개혁 작업을 기필코 완수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했지만, 국회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두 법안의 본회의 상정 시점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두 법안 등 사법제도 개편 법안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회부돼 소관 상임위 심사를 마쳤다. 문제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치는지 여부다. 국회선진화법에는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에 대해 최장 180일의 소관 상임위 심사, 최장 90일간의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당은 "법사위가 사법제도 개편안의 소관 상임위인 만큼 별도의 체계·자구 심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 심사단계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함께 끝낸 것이라는 논리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별개의 체계·자구 심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변수는 또 있다.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처리를 놓고 정치권이 ‘협상’을 할 여지가 남아있다. 여기에 내년 예산안 심사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들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면 최장 60일의 심사를 거치게 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자동 상정되고 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범여권이 결집하면 의석 과반을 확보해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 법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만큼 여당이 10월 내 상정 절차를 강행할 경우 ‘자의적 법적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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