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30 (목)

사진 단 1장으로 음란물 만드는 '디지털성범죄' 심각한데…대응 부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연예인과 유명인사 얼굴을 붙이는 '딥페이크' 음란물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반인 얼굴에도 음란물을 합성해 유포하는 이른바 '지인능욕'이 기승을 부린다. 음란물 게재시 당사자의 피해가 크지만 이를 제재하는 법 조항이 미흡하고 현황 파악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은 15일 “최근 얼굴 사진을 '말하는 얼굴 동영상(talking head videos)'으로 손쉽게 변환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불법영상 합성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하는 법 조항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딥페이크란 허위의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거나 변형하는데 사용되는 AI기반 기술,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동영상 등을 의미한다. 지인능욕은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의 얼굴과 음란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합성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무차별적으로 배포한다는 표현이다.

신보라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죄 처벌현황' 자료에 따르면, 매년 4000건 가까운 음란물유포 사건이 신고된다.

전자신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위반법(음란물유포) 검찰 기소현황


문제는 '지인능욕'으로 신고가 들어온 사건만 따로 분류하지 않아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인능욕의 경우 법무부에서는 사이버 음란물 유포죄나 사이버 명예훼손죄를 적용한다. 그러나 이들 범죄는 실형 판결이 극히 적고 대부분 벌금형 또는 무혐의 처분되는 실정이다.

대법원은 아예 사이버음란물, 사이버명예훼손 관련 자료는 별도 관리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사이버음란물, 사이버명예훼손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 명예훼손)'로 포함시켜 통계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정확한 지인능욕 피해 사례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지인능욕만을 따로 통계내기는 어렵지만 이를 포함한 전체 음란물 유포, 명예훼손으로 실형을 받은 비율은 매우 낮다. 대법원은 2016~2019년 6월까지 음란물 유포로 인한 자유형 선고는 총 처리건수 666건 중 51건으로 7.65%, 명예훼손 자유형 선고는 총 2324건 중 94건인 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자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트위터와 텀블러 등 SNS에서 무료로 지인능욕 사진을 제작해 준다는 계정과 피해자의 신상정보와 음란물 합성사진이 공공연히 돌아다니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장치가 전무하다.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된 사진을 완전 삭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성년자 접속이 차단되지 않는 SNS에서 지인능욕 사진이 제작, 유통되는 것도 문제다.

신 의원은 “지인능욕, 딥페이크 등 디지털성범죄는 제작·유포는 쉽지만 피해자의 고통은 심각하고 완전 삭제는 거의 불가능한 악성범죄”라며 “신종 성범죄는 빠르게 진화하는데 관련 법과 정부 대응은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전날 '딥페이크의 발전과 해외 법제도 대응'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회에 약 20여건의 허위정보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딥페이크에 대한 대응은 부재한 상태”라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딥페이크는)허위정보와는 차원이 다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입법 검토와 더불어 정부차원에서도 기업과 연계해 콘텐츠의 서명기능개발, 변경내용 표시, 사용자 활용 허위동영상판정도구 배포 등 기술·정책적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