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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태풍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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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피해가 발생하지만…지구 열평형 유지에도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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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와 파손, 붕괴, 범람, 일본을 강타한 슈퍼 태풍 '하기비스'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NHK 보도에 따르면 15일(화) 아침 현재까지 사망자는 58명으로 늘어났고 실종자도 15명이나 발생했다.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이 73명이나 되는 것이다.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대비가 잘된 나라로 알려졌던 일본이 태풍 '하기비스'에 말 그대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며칠 전부터 태풍이 도쿄 부근을 관통할 것으로 예고돼 있었지만 어떻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 기록적인 강풍과 폭우 피해

태풍이라고 하면 '피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태풍의 가장 큰 영향은 무엇보다도 기록적인 강풍과 폭우로 인한 피해다. 도시가 물에 잠기고 산사태가 발생하고 건물이나 해안가 구조물이 붕괴되고 생태계가 파괴되고 심지어 많은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태풍은 1936년 발생한 3693호 태풍으로 1,23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1959년 추석날인 9월 17일 남해안에 상륙한 태풍 '사라' 때는 849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2002년 8월 31일 하루 동안 강릉에 870.5mm라는 기상 관측사상 최악의 폭우가 내린 태풍 '루사' 때는 24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아래 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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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태풍은 2002년 8월 31일 남해안에 상륙해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루사'로 모두 5조 1천억 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고 2003년 9월 12일 태풍 '매미'가 경남 사천 부근에 상륙해 영남지방을 관통했을 때도 4조 2천억 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아래 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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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생태계도 큰 피해가 발생하기는 마찬가지다. 물에 잠기고 쓰러지고 부러지고 뿌리까지 뽑힐 수 있다. 물에 잠기지 않더라도 해안 지역 산림은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태풍이 통과하는 동안 바다에서 날아온 소금이 잔뜩 들어 있는 물방울이 산림을 뒤덮게 되면 산림은 그대로 말라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태풍 '하기비스'와 같은 강력한 슈퍼 태풍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태풍의 생애 중 가장 강력하게 발달하는 지점이 점점 더 고위도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태풍 발생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강력한 태풍이 늘어나고 또한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점점 더 고위도까지 북상하고 상륙까지면서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 태풍의 긍정적인 영향은 없을까?…지구 열평형에 기여

피해만 생각한다면 태풍은 모두가 원치 않는 자연 현상이다. 하지만 피해와는 별도로 혹시 태풍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없을까?

이따금 '효자 태풍'이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흔히 가뭄으로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태풍이 통과하면서 별다른 피해 없이 비를 충분히 뿌리고 지나가는 경우를 말한다.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태풍이 충분히 약해진 경우나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태풍 중심 부근에서 떨어진 지역에는 수자원을 충분히 공급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태풍이 비를 충분히 뿌릴 경우 산불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치 양날의 칼처럼 태풍이 뿌리는 비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수자원 확보에 큰 도움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적조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태풍이 몰고 오는 강풍이 적조가 발생한 해역의 바닷물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경우 적조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경우도 태풍이 약하거나 바닷물을 충분히 섞어 주지 못할 때는 오히려 적조를 퍼뜨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태풍은 생태계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태풍이 생태계를 파괴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에 따라 식물의 군집이 변해가는 천이(succession)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보통 맨땅이 있으면 먼저 이끼나 균류가 나타나고 이어 초원, 작은 나무의 숲(관목), 높이 자라는 숲(교목), 볕이 드는 곳에서 잘 자라는 양수림, 혼합림, 그늘에서 잘 자라는 음수림 등으로 군집이 변해 가는데 태풍이 이 과정을 촉진하거나 지배 수종을 교체해 다른 식물도 군락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생태계의 다양성 보존에도 기여한다는 것이다.

태풍은 식물의 씨앗을 널리 퍼뜨리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식물의 씨앗은 바람이나 강물, 해류, 각종 새 등 여러 가지에 의해 퍼져 나갈 수 있지만 강풍을 동반한 태풍 역시 식물의 씨앗이 주변지역으로 멀리 퍼져 나가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태풍이 식물의 서식지를 바꾸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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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시스템에서 태풍이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바로 태풍이 지구 전체의 열 평형을 맞추는데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지구는 적도 부근에서 태양열을 많이 받아들인다. 반면에 극 지역에서는 받아들이는 열보다 내보내는 열이 더 많다. 만약 적도에서 받아들이는 열이 극지방으로 이동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쌓일 경우 적도 지역은 폭발하게 되고 극지방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얼어붙게 된다. 하지만 적도 부근의 열이 극지방으로 이동해 결과적으로 전 지구가 열적으로 평형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주로 공기나 해류가 적도 지역의 열을 극지방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태풍이 여기에서 한몫을 톡톡히 한다. 태풍은 적부 부근이나 아열대 지역에서 발생해 중위도 지역으로 북상하는데 열대 지역에서 수증기를 가지고 북상해 중위도 지역에 비를 뿌리게 된다. 기체인 수증기가 액체인 비가 될 때는 가지고 있던 막대한 양의 열을 방출해야 되는데 열대 지역에서 가져온 열을 중위도 대기에 방출하고 비로 떨어지는 것이다. 결국 태풍이 열대 지역의 열을 극지방으로 이동시켜 지구가 열적으로 평형 상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태풍이 지난 뒤에는 물고기가 더 많이 잡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중국 연구팀이 남중국해(South China Sea)에서의 단위 노력당 어획량(CPUE, catch per unit effort)을 분석한 결과 태풍이 통과한 뒤에는 어획량이 최대 130%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Yu et al., 2014).

연구팀이 남중국해를 통과한 2010년 제3호 태풍 '찬투'와 2012년 8호 태풍 '비쎈티', 2012년 13호 태풍 '카이탁' 등 3개의 태풍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태풍 '찬투'가 지난 뒤에는 태풍이 없을 때와 비교해 단위 노력당 어획량이 133% 늘었고, 태풍 '비쎈티'의 경우는 62.5%, 태풍 '카이탁'의 경우도 10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풍이 천천히 이동할수록 태풍이 지난 뒤에 어획량이 더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태풍 이동 해역에는 강한 바람으로 인해 바다 아래층에 있던 영양이 풍부한 물이 위로 올라오고 주변 지역에서 강물의 유입량이 증가하면서 엽록소가 늘어나는 등 태풍으로 인한 바다 환경 변화로 먹이가 늘어나면서 물고기가 모여들어 어획량도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태풍이 통과한 뒤 3주 정도 뒤에는 태풍이 통과하기 이전 수준으로 어획량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참고문헌>

* Jie Yu, Danling Tang, Guobao Chen, Yongzhen Li, Zirong Huang, Sufen Wang, 2014: The positive effects of typhoons on the fish CPUE in the South China Sea, Continental Shelf Research, http://dx.doi.org/10.1016/j.csr.2014.04.025
안영인 기자(young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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