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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애국심 마케팅 한번 더? ‘소부장 펀드’ 1000억 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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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협 공모펀드 내달 출시

관제 논란에 “정부 권고 없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기술 국산화 문제가 대두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또 나온다. 지난 8월 NH-아문디자산운용이 출시한 ‘필승 코리아 펀드’에 이어 두 번째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른바 ‘소부장’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한 펀드 출시를 자산운용사 등과 추진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10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이 펀드는 공모펀드가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사모투자 재간접펀드 방식이다. 일반인에게서 700억원을 모집하고 나머지 300억원은 한국성장금융이 후순위 투자하기로 했다. 30%의 손실이 나면 후순위로 투자한 한국성장금융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만기는 3년으로 청약을 받은 뒤 모집을 마감해 폐쇄형으로 운영된다. 최근 사모투자 재간접펀드 최소 투자금액(500만원) 규제가 폐지돼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 환금성을 높이기 위해 펀드 설정 90일 이내에 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다. 공모펀드 신상품은 다음달 출시될 예정이다. 사모펀드를 운용할 운용사는 12월에 선정한다.

애국심에 기댄 ‘소부장 펀드’의 잇따른 등장에 논란도 이어진다. ‘1호 소부장 펀드’이자 문재인 대통령이 5000만원을 투자한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의 경우 당초 취지와 달리 삼성전자 LG화학 등 대형주 투자 비중이 높다. 소부장 기업 투자 비중은 30% 선에 그치고 있다. 지난 8월 설정 이후 11일 기준 수익률은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6.17%)보다 낮은 3.94%다. 게다가 최근 국감에서 이 펀드 가입자의 30% 이상이 농협은행 직원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서비스 본부장은 “이번에 새로 출시되는 펀드는 투자금이 사모펀드를 통해 해당 회사 주식 등에 직접 들어간다”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관제 펀드’ 논란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협회 주도로 펀드를 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도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된 직후부터 논의해 온 것이지 정부의 제안이나 권고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국심에 호소하거나 정부 주도로 조성된 관제형 펀드가 성과를 낸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조성된 ‘코스닥벤처펀드’는 출범 초기 각종 세제 혜택 등으로 설정액이 2조원에 달했지만 코스닥 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설정액이 현재 5000억원 미만으로 주저앉았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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