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터키군 잔혹 행위…시리아 북부는 ‘생지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폭격으로 13만명 피란민 발생…쿠르드 정치인 등 9명 처형돼

아사드 손잡은 쿠르드, 정부군 국경 배치…미 “앞당겨 철군”

“세계에는 눈(eyes)이 없는가. 우리는 누구에게도, 아무 짓도 저지르지 않았다.”

시리아 북부에서 터키군의 처형과 잔혹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과 터키,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가 지정학적 계산에 골몰할 때 쿠르드족 주민들은 폭격에 숨지거나 다치고, 피란길에 오른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전쟁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철군을 서두르고 있다.

터키군이 라스알아인 등 시리아 북부 도시들을 ‘해방’시켰다고 주장한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는 현지의 참상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폭격을 맞은 민가 주변에 아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집은 불타고 있다. 곳곳에서 주민들이 터널 밑으로 숨거나 가족을 찾아 헤맨다. 이라크 쿠르드매체 러다우, 아랍에미리트연합 일간지 더네이션 등이 전한 현지의 참상이다.

로칸 카스르라는 17세 소녀는 어머니, 형제들과 간신히 몸을 피했지만 쿠르드민병대에 소속된 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하사카 마을에 살던 로칸은 집을 떠나 임시 난민촌에 머물러왔는데 터키군 공습으로 다시 도망치는 처지가 됐다. 이만 마토라는 40세 여성은 2015년 북부 도시 코바니에서 쿠르드민병대가 이슬람국가(IS)와 격전을 벌였을 때 아버지와 오빠, 사촌 8명을 잃었다. 그는 “이제야 전쟁의 느낌을 잊어가고 있었는데 에르도안(터키 대통령)이 우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만은 “(터키군에) 숨진 사람들은 IS와 싸웠던 바로 그 사람들”이라며 “우린 그래도 여전히 미국을 믿는다”고 했다. 유엔난민기구는 터키가 ‘평화의 봄’이라는 이름으로 쿠르드 공격을 시작한 뒤 13만명이 피란을 떠났으며 40만명이 구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라스알아인 주변 도로에서는 13일 오후 터키군 포격으로 14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다쳤다. 희생자 중에는 시리아 NPA통신 기자들도 있었다. 소셜미디어에는 생지옥이 된 현장 사진들이 올라왔다. 병원으로 실려간 한 여성은 러다우에 “그냥 그곳에 있었을 뿐인데 공격을 받았다”면서 “세계에는 눈이 없느냐, 우린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성들이 ‘처형’당하는 동영상도 공개됐다. 미군 관리들은 NBC뉴스에 “터키군이 쿠르드족을 처형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전 피해를 집계해온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터키군과 연계된 시리아 무장세력이 여성 정치인 헤브린 칼라프 등 9명을 처형했다고 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3일 CBS방송에서 “터키군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진행자 말에 “그런 것 같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미군 주둔군 약 1000명을 “최대한 빨리” 빼내겠다고 했다.

터키군이 화력을 쏟아붓자 쿠르드는 결국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과 손을 잡았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정부군이 국경지역에 배치될 수 있도록 아사드 정부와 협정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SANA통신은 14일 정부군이 북부 지역에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항구도시 라타키아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도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자치정부의 방위책임자인 이스메트 셰이크 하산은 러시아 미디어 RT에 “러시아와 시리아군이 코바니와 만비즈에 들어올 수 있게 했다”고 했다.

구정은 선임기자 ttalgi21@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