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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빈곤 연구’ 바네르지·뒤플로 부부, 크레이머와 ‘노벨 경제학상’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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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플로, 만 46세로 역대 최연소이자 두 번째 여성 수상자 ‘영예’

가난 퇴치 위한 현장실험 기법 ‘개발경제학’으로 정책 영향 미쳐



경향신문

2019년 노벨 경제학상 공동수상자인 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아브히지트 바네르지와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 미 하버드대의 마이클 크레이머 교수(왼쪽 사진부터).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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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빈곤의 효율적 퇴치를 위해 미시적 현장실험 기법을 도입한 공로로 아브히지트 바네르지(58)와 에스테르 뒤플로(46) 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 부부와 마이클 크레이머 미 하버드대 교수(54) 등 개발경제학자 3인이 공동수상했다. 뒤플로는 2009년 엘리너 오스트롬 이래 역대 두 번째 노벨 경제학상 여성 수상자이자 사상 최연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이같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세계 빈곤 문제와 관련해 개인 또는 소그룹 차원에서 정밀한 해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이들은 20년 만에 개발경제학을 혁신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1995~2018년 최빈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배로 증가하고 영아사망률은 절반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7억명이 넘는 극빈층과 비교적 간단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연간 500만명의 아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3인의 연구자는 책상에 앉아 있기보다 현장으로 뛰쳐나가 실험을 통해 해법을 찾았다. 이들은 1990년대 케냐 및 인도에서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 현장실험을 한 뒤 빈곤층의 의무교육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과서나 무상급식보다 뒤처진 아동들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도에서 진행한 구충제·모기장 보급 사업도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을 개선시켜 빈곤을 극복하는데 도움된다는 연구성과를 끌어냈다. 가난은 가난한 사람들이 게으르고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주장이나 최빈국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선 ‘원조’와 ‘제도개혁’ 중 뭐가 우선이냐고 논쟁하는 것과 다른 접근이다. 바네르지와 뒤플로 등은 2003년 MIT 내에 ‘빈곤행동연구소’를 공동설립해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700여건의 다양한 개발경제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빈곤퇴치 정책에 영향을 미쳐왔다.

김부열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번 노벨 경제학상 선정과 관련, “과거의 경제학은 거시적으로 성장이론을 얘기한 반면, 이번에 수상한 개발경제학은 미시적 관점에서 실제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개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경제학을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들의 영향으로 인도에서는 정책 도입 전 RCT를 통해 정책 효과를 검증하는 제도를 마련했고, 한국에서도 이를 도입하려는 노력이 있다”면서 “그간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이 연구의 혜택을 받은 터라 이들이 노벨 평화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뒤플로 등의 활동은 경제학이 세상에 좋은 작용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의 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다”며 “새로운 방법론을 사용해 빈곤 문제를 이해하는 시각을 넓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RCT 방법론에 대해 일부 경제학계에서는 결론이 일반화될 수 있는지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뒤플로는 경제학자는 과학자나 기술자가 아닌 배관공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뒤플로는 수상 후 가진 인터뷰에서 “여성이 성공하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다른 많은 여성들이 계속 일해나갈 수 있는 힘을 주고, 남성들이 이들을 마땅히 존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IT에서 만나 공동연구자가 된 바네르지와 뒤플로는 2015년 결혼했으며 한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시상식은 오는 12월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최민영·박은하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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