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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야생 멧돼지 관리 지침’ 제대로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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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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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멧돼지 관리 책임이 있는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한달 동안 관련 지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늑장대응’을 한 것으로 14일 드러났다.

환경부가 지난 5월 작성한 ‘야생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표준행동지침(SOP)’을 보면, “국내 야생 멧돼지 또는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인된 상황”을 ‘심각단계’로 정하며, 이 경우 “발생지역 주변을 감염·위험·집중사냥지역으로 구분해 관리”하게 돼 있다. 이 지침에 명시된 감염·위험·집중사냥지역은 “야생 멧돼지 검출지점 또는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각 반경 1.3㎞, 3㎞, 10㎞ 정도의 지역”이다.

이 지침대로면 지난달 16일 경기 파주 한 돼지농장에서 처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을 때, 환경부는 발생지역 주변을 감염지역 등으로 구분해 관리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지난 2일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발견되고 난 뒤에야 ‘세부 관리지역 설정’에 관한 검토를 시작했다. 이후 지난 11일 강원 철원과 경기 연천의 민간인통제구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으로 확진된 야생 멧돼지가 발견되자, 관리지역 설정 발표를 했다. 국내 최초 발생일로부터 25일이 지난 뒤였다.

그동안 환경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해 멧돼지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할 때마다 “관련 지침은 야생 멧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경우에만 집중사냥지역을 설정하게 돼 있다”고 답해왔다. 자신들이 만든 지침과 엇갈린 답변을 해온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정례 브리핑에 참석해 “야생 멧돼지 관리 지침에 ‘돼지농장’에서 발생해도 세부 관리지역으로 설정한다는 내용은 없다. 우리(환경부)도 그것을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가 “확인해보니 돼지농장 관련 내용이 지침 안에 있는 것이 맞다”며 발언을 바로잡았다. 그러면서 “환경부 지침은 야생 멧돼지에 관한 것이지 농장 발생 때도 똑같이 조처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지침을 소극적으로 해석한 것을 인정한 셈이다.

한 축산 전문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을 때, 환경부가 즉시 야생 멧돼지 관리와 관련해 강하게 대응했어야 했다”며 “이 병에 걸리면 야생 멧돼지 역시 거의 100% 폐사하는 점을 고려하면, 환경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 더 많은 야생 멧돼지가 위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야생 멧돼지 관리 지침상) 농장에서 발생해도 심각단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 경우 농식품부의 긴급행동지침을 따르게 돼 있다. 야생 멧돼지에 대한 관리구역 설정은 (사육 돼지가 아닌) 야생 멧돼지에게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을 때만 설정하게 돼 있다. 환경부는 지침에 따라 야생 멧돼지 관리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민들은 정부가 경기 파주, 연천 등지에서 시행 중인 ‘선 수매 뒤 전량 살처분’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이날부터 청와대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살처분 반대 1인시위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하태식 한돈협회 회장은 “야생 멧돼지에게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잇따라 검출된 만큼 사육돼지 살처분만으로는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없다. 연천 지역 사육돼지에 대한 시·군 단위 수매·살처분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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