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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공립 전환 원한적 없는데…" 매입형유치원 학부모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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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청 15개 사립유치원 매입해 내년 3월 공립단설유치원 신설

(화성=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저는 사립유치원의 공립화 원한 적 없어요. 나라에서 갑자기 한다고 하는데 학부모들한테 물어본 적도 없어요."

경기도교육청의 학부모 대상 '매입형유치원 설명회'가 열린 1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A유치원에서 만난 선은옥(33)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인근 B유치원 학부모 대표인 선씨는 "사립유치원마다 교육과정과 유치원 운영상 개성이 있고 학부모들이 그 개성들을 보고 선택하는 건데, 갑자기 사립유치원을 사들여 공립유치원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틀에 박힌 교육을 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선씨의 6세 자녀가 다니는 B유치원은 A유치원과 함께 얼마 전 경기도교육청의 매입형유치원 공모에 지원했다가 최종 선정됐다.

매입형유치원은 최근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 사태가 불거지자 교육 당국이 내놓은 유아교육 정상화 방안 중 하나다.

경기도의 경우 10학급 이상 규모의 사립유치원의 대지와 건물을 사들여 공립 단설유치원으로 전환해 보다 많은 유아에게 공교육 혜택을 주겠다는 것으로, 도교육청은 올해 총 15개 사립유치원을 매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모에 선정된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에게는 당장 내년부터 유치원이 공립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이 갑작스럽게 통보되면서 혼란이 가중되자,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지원청이 이날부터 지역을 돌며 해당 유치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시작한 것이다.

이날 A유치원 강당에서 진행된 화성지역 매입형유치원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 20여명은 공립 단설유치원 전환과정, 향후 교육과정과 운영 방향, 재원생 잔류 방법 등 교육청의 설명을 1시간 30분가량 들은 뒤 질문을 쏟아냈다.

특히 정규교육과정이 끝난 이후의 방과후수업 운영방식과 통학버스 운영, 원내 CCTV 설치 등 기존 사립유치원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시설물 등이 그대로 유지되는지에 큰 관심을 뒀다.

도교육청과 화성교육지원청은 'A, B 유치원은 기존 통학버스 규모로 지원 가능한 예산을 편성했지만, 연말 도의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방과후수업은 돌봄이 정말 필요한 원아(맞벌이 및 한부모 등) 수요를 파악해 최대한 지원할 것이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학부모들은 '지금으로선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B유치원에 5세 자녀를 보내는 한 학부모는 "공립유치원 원하지 않는다. 공립유치원이 사립보다 싸지만 맞벌이 부부에겐 일할 여건을 주지 않는다"며 "지금 다니는 유치원은 선생님들이 한명씩 돌아가면서 오후 6시 이후까지 아이들을 돌봐준다. 공립으로 전환되면 이렇게 부탁할 수 없어 내년엔 다시 사립유치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이 밖에도 내년 3월 개원을 위해 학기 중 크고 작은 보수 공사가 진행된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사전에 학부모나 재원생의 동의를 구하거나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A유치원 한 학부모는 "작년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로 자녀가 다니던 유치원이 폐원되는 바람에 이 유치원으로 옮겨왔는데, 이번엔 갑자기 공립으로 전환된다고 한다. 1년에 한 번꼴로 유치원을 옮겨야 하는 판이다. 아이들의 정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교육청은 재원생과 학부모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여러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 나선 도교육청 유아교육과 이선혜 장학관은 "교육과정 편성, 신입생 모집, 교직원 배치 등 올해 매입한 사립유치원이 내년 3월 개원하기까지 앞으로 많은 과정이 남았다"라며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반영해 큰 혼란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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