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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페이스북보다 앞섰던 싸이월드, 20년 만에 결국 쓸쓸히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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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국민 요정으로 불리던 김연아의 싸이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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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와 함께 큰 인기 끈 박태환의 싸이월드


[스포츠서울 이상훈 기자] 1999년에 등장해 2000년대 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국내 1세대 SNS ‘싸이월드(cyworld)’가 결국 서비스를 종료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1일부터 홈페이지 접속이 막혔고, 관계자들이 연락 두절되면서 싸이월드 서비스의 갑작스런 종료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문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직전까지 싸이월드가 국민적인 SNS로 부상하면서 쌓아놓은 사용자들의 소중한 글과 사진들이 유실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현재 싸이월드는 콘텐츠를 백업할 수 있도록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 누구나 홈페이지 소유 ‘미니홈피’ 제공에 3500만 가입자 확보
싸이월드는 1999년에 등장했다. 싸이월드는 카이스트(KAIST) 출신 이동형 대표(현 나우프로필 대표)가 동기들과 함께 만든 서비스였다. 인터넷 초창기였던 당시 자기만의 ‘홈페이지’를 만들기란 개발자가 아니고서는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싸이월드는 사용자들 각자에게 ‘http://www.cyworld.com’으로 시작되는 개별 주소와 일종의 ‘블로그’ 개념의 ‘미니홈피’를 제공함으로써 개인 홈페이지 시대를 앞당겼다. 지금까지 싸이월드 누적 가입자는 3500만명 그리고 미니홈피 개설자는 2000만명이 넘었다. ‘국민 SNS’라 부르기에 손색없다.

당시 미니홈피의 붐은 상상 이상이었다. 자기만의 홈페이지를 꾸밀 수 있고, 친한 친구들을 ‘1촌’이라는 관계로 연결해 지인의 지인의 미니홈피를 방문하는 등 ‘인맥’에 기반한 SNS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또 싸이월드 상에서 통용되는 가상 화폐 ‘도토리’로 미니홈피를 꾸미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구입해 플레이시킬 수 있었다.

이런 싸이월드의 기능들에 대해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관심을 갖고,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용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더불어 커진 서비 유지비용 탓에 싸이월드는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매각됐다.

대기업에 인수된 싸이월드는 서버 안정성이 확보된 후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업계에서는 싸이월드 최전성기를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된 뒤인 2005~2006년으로 꼽는다. 그러나 그 후 싸이월드는 대기업 특유의 경직된 문화와 과도한 ‘도토리’ 판매로 정체기를 맞았다.

◇ 스마트폰의 등장, PC 기반 싸이월드의 몰락
2007년은 IT 엽계에 역사적인 해였다. 애플이 한 손으로 인터넷, 전화, 음악감상이 가능하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아이폰’을 선보인 것이다. 국내에는 2009년, 아이폰 3GS 모델이 KT를 통해 출시됐다.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한 뒤,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 개발 붐이 전세계적으로 일었다. 데스크톱 PC 시절부터 서비스를 해왔던 트위터, 페이스북은 스마트폰이 가져올 변화를 일찌감치 감지하고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SNS 앱을 공개했다. 미니홈피 사용자들은 또 다음 티스토리나 네이버 블로그 등 포털들이 제공하는 블로그로 옮기며 싸이월드의 사용자는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다.

이런 위기상황 속에서도 대기업에 속해 벤처 정신이 희미해진 싸이월드는 여전히 웹 화면을 고수했다. 당시 페이스북이 1조원 이상을 들여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과 달리, 싸이월드는 새로운 변화와 혁신 대신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도토리 판매에 열을 올렸다.

◇ 프리챌 창업자 전제완 대표의 인수, 그리고 암호화폐 발행 시도
결국 시대에 뒤쳐진 싸이월드는 2013년 11월 분사됐고, 다시 2016년에 프리챌 창업자인 전제완 대표가 이를 인수하고 삼성벤처투자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아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큐’를 선보였으나 이마저도 성과가 좋지 않았다.

이후 싸이월드는 서버 비용과 직원 임금 체납 등 악재가 계속되다가 2018년부터 자체 암호화폐 ‘클링(Clink)’을 발행하고 모바일에 최적화된 보상형 SNS로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싸이월드 사용자들이 다른 대체 SNS로 옮겨간 상황에서 개발 진척이 더디게 되자 결국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사이트가 닫혔다.

싸이월드 서비스 중단 논란이 커지자 13일 “싸이월드 사진, 동영상, 일기를 백업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청원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싸이월드 도메인(cyworld.com)은 다음달 12일 만료될 예정이다. 그때까지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의 공식 입장이 없으면 20년 역사를 지닌 국내 최초 SNS는 영영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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