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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튀니지대통령 유력 사이에드, 무소속에 돈없는 '정치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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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보수적 성향…끊어지는 말투에 '로보캅' 별명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카이스 사이에드(61)는 법학 교수 출신으로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킨 인물이다.

AFP,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시그마콩세이' 등은 13일(현지시간) 실시된 튀니지 대선 결선 투표의 출구조사에서 무소속 사이에드가 70%가 넘는 득표율로 언론계 거물 나빌 카루이를 제치고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밝혔다.

특히 18∼25세의 약 90%가 이번 선거에서 사이에드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젊은층의 지지가 압도적이다.

최근 정치 분석가들은 튀니지 대선에서 정치 신인 사이에드의 선전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소속 정당이 없는 사이에드는 대선 선거운동 기간 대규모 집회를 열기가 어려웠고 언론 인터뷰도 많이 하지 않았다.

대신 거리로 나가 유권자들과 가깝게 소통하고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선거자금은 지지자들의 자발적인 소액 기부에 의존했다.

사이에드의 측근들은 올해 4월 학생 등 지지자들이 그에게 대선 출마를 설득했다고 밝혔다.

외신은 사이에드의 솔직하고 청렴한 이미지가 기성 정치인들에 실망한 튀니지 유권자를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한다.

연합뉴스

튀니지 대선서 승리가 유력한 카이스 사이에드 [AP=연합뉴스]



사이에드의 인기 비결에는 정의와 공정성도 있다.

그는 대선 결선 투표를 약 일주일 앞두고 상대 후보 카루이가 수감된 상태에서 혼자 대선 운동을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대선 운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민간 방송사를 소유한 카루이는 지난 8월 23일 돈세탁과 탈세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가 대선 결선을 불과 나흘 앞둔 지난 9일 풀려났다.

일부 외신은 사이에드가 차분하고 끊어지는 말투라는 점에서 '로보캅'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사이에드는 1958년 2월 22일 튀니지 수도 튀니스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고 명문 튀니스대학에서 1999년부터 작년까지 20년가량 법학을 강의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제자들은 그를 의견 충돌을 인정하면서도 소신 있는 교수로 평가했다.

그는 정치 신인이지만 이미 법학 전문가로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헌법 전문가로 TV방송에 자주 나오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유권자들에게 중앙정부의 권력을 분권화하고 부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사회 현안에서 사형제를 지지하고 동성애가 튀니지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적 성향으로 평가된다.

사이에드가 대통령에 오르면 최대 과제는 경제 회복이다.

튀니지는 2011년 1월 민중봉기로 20년 넘게 집권하고 있던 독재자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을 몰아낸 뒤 정치적 민주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에 따른 관광산업 악화와 높은 실업률 등으로 경제가 나빠졌다.

튀니지의 실업률은 현재 약 15%이고 이 가운데 젊은 층 실업률은 3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AFP통신에 따르면 2016년 이후 튀니지 국민의 생활비는 30% 이상 늘었다.

또 일부 비평가들은 사이에드의 정치개혁 공약 등은 인기 영합주의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린다.

튀니지에서는 총리가 내치를 맡고 대통령 권한이 국방과 외교에 국한된다는 점에서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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