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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우려했던 IS 탈출에 트럼프 "터키·쿠르드가 포로탈출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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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군사작전에 IS 대원 가족 대거 탈출

트럼프 "터키·쿠르드 IS 탈출 못하게 해야"

매티스 전 국방 "압박 없으면 IS 재기할 것"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복음주의 성향 기독교 정치행사인 '밸류보터서밋'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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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시리아 침공으로 발생한 혼란을 틈타 이슬람국가(IS) 대원 800여명이 탈출한 사태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오후(현지시간) 자신의 트윗을 통해 "터키와 쿠르드는 그들(IS)이 탈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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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오후(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ISIS의 탈출을 터키와 크루드족이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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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작금의 사태를 초래한 '시리아 미군 철군'이라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쿠르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슬그머니 발을 빼는 '방관자' 외교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앞서 이날 로이터통신 등은 IS 대원의 친인척을 억류 중인 시리아 북부 아인 이사(Ain Issa) 수용소에서 785명이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일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을 몰아내기 위한 터키군의 '평화의 샘' 작전이 시작돼 지역이 혼돈 상황에 빠지자 수용소에 억류 중이던 이들이 도주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장사꾼 외교' 논란을 야기할 트윗을 잇따라 올렸다. 그는 "터키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전투에 휘말리지 않는 것은 매우 똑똑한(smart) 일"이라며 자신의 미군 철수 결정을 자화자찬했다. 그러면서 그는 "2년 전 이라크가 시리아 다른 지역 쿠르드족과 싸우려 했던 것을 기억하느냐. 많은 사람이 우리가 쿠르드와 함께 이라크와 싸워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아니다. 쿠르드족이 싸우도록 뒀다"며 "이번에 똑같은 일이 터키와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미군 철수의 정당성을 강조한 동시에 2015년 IS 격퇴를 목적으로 시리아 파병을 결정한 전임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겨냥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쿠르드와 터키는 오랫동안 싸우고 있고, 터키는 PKK(쿠르드 노동당:좌익 민병대)를 최악의 테러리스트로 여긴다"며 "다른 이들이 들어와 서로 싸우기를 원하면 그냥 두고 우리는 사태를 지켜볼 것. 끝없는 전쟁"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지시는 미국을 도와 IS 격퇴에 나섰던 쿠르드를 배신했다는 비난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12일 CNN에 따르면 시리아민주군(SDF)을 지휘하고 있는 마즐룸 아브디 사령관은 지난 10일 미국의 고위 외교관 윌리엄 로벅과 만나 "당신들(미국)은 우리를 도살장에 남겨놨다"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에서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쿠르드족과 함께 IS 격퇴에 나섰던 미 육군 특수작전부대 장교들 역시 입을 모아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지시를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특수작전부대 장교는 NYT에 "그들(쿠르드족)은 우리를 믿었지만 우리는 그 신뢰를 깼다"며 "미국인의 양심에 오점을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쿠르드족 지도부와 미군 장교들이 한 목소리로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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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터키 남부의 시리아 접경지 세이란피나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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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방침에 반발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계속 압박을 가하지 않으면 IS는 재기할 것이다. 그들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결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시리아 북부에 대한 군사작전을 닷새째 이어가고 있는 터키군은 이날까지 시리아 내 요충지인 라스 알-아인과 탈아비아드 등 2개 도시를 장악하고 진격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는 쿠르드 당국은 시리아 정부와 손을 잡는 등 터키 침공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쿠르드 당국은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터키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대처하기 위해 시리아군이 터키와의 국경을 따라 배치돼 SDF(쿠르드 민병대)를 돕도록 시리아 정부와 협정을 맺었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 기간 쿠르드족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싸웠다. 이번 합의로 쿠르드족과 시리아 정부가 '적'에서 '동맹'으로 관계가 급반전된 셈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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