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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조각史의 르네상스를 꽃피운 `통일신라 3대 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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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의 자취-11] 한국 불교조각은 삼국시대부터 활발히 조성돼 통일신라시대 그 제조 기술이 절정을 맞는다. 금속 불상의 대표 주자가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라면, 최고 경지의 석조 불상은 단연 국보 제24호 석굴암 석가모니불(본존불)일 것이다. 두 국보는 통일신라 중에서도, 최전성기인 8세기 중엽에 만들어졌다.

석굴암 석가모니불은 불상 가운데 국보 번호가 가장 앞선다. 국보에 매겨진 번호가 문화재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수작 국보가 앞 번호에 몰려 있는 것도 부인하기는 힘들다. 석굴암 본존불 바로 뒤에, 같은 시기인 통일신라 때 제작된 3개의 명품 금동불이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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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6호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 1917년 모습. 국내 불교조각 중 조성시기가 9세기 전후로 매우 빠른 편이며 높이 1.77m에 달하는 거대불상이다. 불국사 금동아미타여래좌상(국보 제27호), 경주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국보 제28호)과 함께 `통일신라 3대 불상`으로 불린다. 조선고적도보 5권(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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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국보 제26호), 불국사 금동아미타여래좌상(국보 제27호), 경주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국보 제28호)이 그것이다. 이들 3개 불상은 특별히 '통일신라 3대 불상'으로 언급될 만큼 뛰어난 주조술을 자랑한다.

그런데 미륵불, 석가모니불, 비로자나불, 아미타불, 여래, 약사불 등 불상 명칭은 왜 이렇게 제각각인 걸까. 여기에다 관음보살, 문수보살, 지장보살 등 보살상도 다양해 불교 신자마저 헷갈릴 지경이다.

불교는 누구나 성불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따라서 불교 경전과 문헌에는 수많은 초월적 성격의 부처가 등장한다. 초기 교리에서만 가섭불을 포함한 과거칠불과 이십사불이 다뤄진다. 대승불교에 들어오면 과거, 현재, 미래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가 언급된다. 화엄경은 온 법계에 부처가 가득하다고까지 말한다.

그중 일반인에게도 비교적 잘 알려진 몇 가지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석가모니(釋迦牟尼)불'은 불교 창시자인 석가모니를 신격화한 것이다. 석가모니불은 석가세존, 석존, 여래(如來·진리의 실현자)로도 불린다. 석가모니는 '샤카족(인도 종족)의 성인'이라는 의미다. 인도 초기 불상은 대부분 석가불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많이 조성됐다.

여러 부처들은 대체로 같은 모습이지만 손 모양, 즉 수인(手印)을 다르게 해 구분한다. 석가모니불은 주로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취한다. 오른손은 손바닥을 아래로 무릎 위에 올려놓고 두 번째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는데 모든 악마를 굴복시켜 없애 버린다는 취지다. 왼손은 손바닥을 위로 해서 배꼽 앞에 놓는다.

'비로자나(毘盧遮那)불'은 지혜의 부처, 진리의 부처를 부르는 칭호다. 태양이라는 뜻의 범어 '바이로차나'를 음역했다. 비로자나불은 이상적 세계인 연화장에 살면서 태양처럼 대광명을 발해 진리의 세계를 두루 통솔한다. 비로자나불은 대부분 '지권인(智拳印)' 수인을 취하고 있어 다른 불상과 구분하기 쉽다. 왼손 검지를 펴서 오른손으로 감싸 쥔 수인이다. 오른손은 부처의 세계, 왼손은 중생계를 나타낸다.

'아미타(阿彌陀)불'은 '무한한 수명의 것'이라는 범어 '아미타우스'에서 유래했다. 중생들에게 염불을 통한 극락왕생의 길을 제시한다. 죽음의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인 것이다. 수인은 제일 복잡해 '아미타구품인'이라는 9종류가 있다. 대표적으로 오른손은 엄지와 중지를 붙여 손바닥을 앞으로 향하고, 왼손은 엄지와 중지를 붙여 손바닥이 위를 향하는 형태(하품중생)를 들 수 있다. 아미타불이 봉안된 불전을 무량수전(無量壽殿), 극락전(極樂殿), 아미타전이라고 한다.

'약사(藥師)불'은 중생들의 병이나 고통, 재난, 무지를 고쳐준다. 죽은 뒤가 아닌 현세에 직접 도움을 주는 부처다. 현세 중심의 기복신앙이 반영됐으며 민중을 교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성립됐다. 불상이 조성되기 시작한 시기도 비교적 늦다. 중국에서는 수대에 나타나기 시작해 당대에 성행했으며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말기부터 등장했다. 다른 불상과는 달리 한손에 약병 또는 보주(보배구슬)를 들고 있다.

'미륵(彌勒)불'은 56억7000만년 뒤 불법이 쇠퇴할 때 이 세상에 내려와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다. 미륵은 석가모니 제자 중 한 명으로 사후에 그가 주장한 공(空) 사상이 대승불교에서 주목받으면서 부처로 신격화된 인물이다. 정형화된 손 모양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에 크게 유행했던 반가사유상이 미륵보살로 간주되며 일반적인 여래의 모습에, 의자에 앉은 자세로 흔히 표시된다.

보살(菩薩)은 '구도자'로 해석되며 대승불교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을 일컫는다. 부처처럼 깨달았지만 중생 구제에 전념하기 위해 부처가 되기를 거부한 존재다. 보살상은 불상을 보좌하는 협시불(脇侍佛)로서 불상 옆에 놓이기도 하지만 단독으로 예배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부처보다 보살을 더 신봉했다.

'관음(觀音)보살'은 관세음(觀世音)보살의 줄임말로, 글자 그대로 현실의 고통에서 중생의 소리를 듣고 이를 모두 구제해 주는 보살이다. 자비의 화신이며 '보살 중의 보살'로 알려져 있다.

'지장(地藏)보살'은 죽은 후 지옥에서 중생을 구원해 극락정토로 인도해주는 구세주 역할을 한다. 사후 고통을 해결해주는 것이다. 지장보살은 다른 보살과 달리 민머리의 스님 모습이거나, 머리에 두건을 쓴 채 손에 보배구슬 또는 지팡이를 쥔 모습으로 많이 조각된다. 현실의 고통을 벗어나게 하는 관음보살과 함께 민중 사이에서 가장 널리 믿어진 보살이다. '문수(文殊)보살'과 보현(普賢)보살'은 모두 지혜의 보살로, 문수는 지혜의 완성을 상징하고 보현은 지혜의 실천을 표현했다.

경주 불국사에는 다양한 불상이 존재했고 경내 중심인 대웅전을 비롯해 비로전, 관음전, 무설전, 극락전, 법화전 등 이를 모시는 법당이 많았다. 현재 대웅전에 석가모니불과 그 옆에 협시불이 있지만 조선 영조 때 대웅전이 중창되면서 1769년(영조 45)에 새로 제작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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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6호 현재 모습.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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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6호(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은 비로전에 모셔져 있다. 높이 1.77m인 거대 불상이다. 광명의 부처인 비로자나불을 형상화했다. 대좌나 광배는 사라지고 없다. 전신에 위엄과 자비가 넘친다. 얼굴은 반쯤 뜬 눈, 복스러운 뺨, 군살진 아래턱 등 자비로운 인상이며 남성적인 체구를 연상시키는 당당하게 벌어진 어깨, 양감 있는 가슴, 튀어 나온 아랫배, 결가부좌한 넓게 퍼진 무릎 등은 장중한 이미지를 풍긴다. 얇은 법의는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고 있으며 옷무늬 처리도 매우 사실적이다. 손 모양은 오른손 검지를 왼손으로 감싸고 있어 비로자나불이 취하는 일반적인 손 모양과는 반대다. 조형 양식으로 미뤄 제작 시기는 9세기 전후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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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7호 현재 모습.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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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7호(불국사 금동아미타여래좌상)는 불국사 극락전 불상이다. 높이는 1.66m다. 국보 제26호와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근엄하고 장대하다. 옷의 주름이 거침없고 옷깃 안쪽에서 밖으로 늘어지는 옷 접힘이 생동감 넘친다. 왼손은 어깨 높이로 들어 손바닥을 보이고 있으며 오른손은 무릎에 올려 놓았다. 역시 9세기 전후에 조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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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8호 현재 모습.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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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8호(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는 1930년 경주 북쪽 소금강산 백률사에서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옮겨왔다. 높이 1.77m인 서 있는 불상으로 모든 중생의 질병을 고쳐준다는 약사불을 형상화했다. 신체의 적절한 비례와 뛰어난 조형 기법이 특징이다. 두 손은 없어졌으나 손목 위치와 방향으로 보아 오른손은 위로 들어 손바닥을 보이고, 왼손에는 약그릇이나 구슬을 들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전면에 주홍과 녹색을 칠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역시 시기는 양식적으로 9세기 전후다.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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