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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한국 경제 선방중" 靑의 여전한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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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13일 브리핑을 갖고 "한국 경제는 선방하고 있다"며 위기론을 일축했다. 그는 "만약 한국이 위기라고 할 만큼 나쁘다면 미국 빼고 다 위기여야 한다"며 "위기를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이 수석은 현재 경기 하강의 원인을 반도체 경기와 세계 경기 둔화 탓으로 돌리며 "(경기) 사이클 영향으로 (성장률이)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는 것에 초점을 두면 부정확하다"고 했다. 그는 또 30-50 국가(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인 7개국) 중 한국이 지난해와 올해 미국에 이어 성장률이 둘째로 높은 것을 '선방론'의 근거로 삼았다.

올해 성장률이 1%대에 그치고, 일본식 장기 불황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와중에 나온 청와대발 '선방론'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득 주도 성장 등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경기 침체의 원인을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리는 현 정부의 전형적인 책임 회피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안 좋은 지표는 못 본 체하고, 도저히 피해갈 수 없을 때는 다른 데서 핑곗거리를 찾으며, 통계를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펼친다는 것이다.

이 수석이 경기 침체의 원인을 반도체와 세계경제 둔화로 돌리는 것은 '남 탓하기' 전략이다. 30-50 국가 비교를 '선방론'의 근거로 삼은 것은 통계 왜곡의 일종이다. 정부와 여당 인사들은 그동안 '선방론'을 펼칠 때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왔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 3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우리나라 성장률이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그리 낮은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OECD 36개 회원국 중 18위에 불과했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정부와 여당 인사들은 슬그머니 비교 대상을 'OECD 국가'에서 '30-50 국가'로 바꾼 뒤 '선방론'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정우상 기자;최규민 기자(qm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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