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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전광우의 세계 경제 읽기]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웃는 者,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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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중국 성장률 1%대까지 추락한다는 충격적 전망 나와

미·중 패권 경쟁의 최대 수혜자 베트남은 對美 수출 33% 증가

글로벌 경제 전쟁 속에서 한국은 국민 갈등도 경제 회생 장애물

조선일보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


이번 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를 앞두고 국제기구 수장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 경고음을 높이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신임 IMF 총재는 무역 전쟁 확산과 금융시장 변동성 증가에 따른 ‘대규모 경제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고,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도 금년도 세계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치인 2%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중에 이어 미·EU(유럽연합)로 통상 마찰 전선은 확대되고 관세 폭탄 부메랑으로 올해 국제 교역량은 지난 10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주 미·중 무역 분쟁 해결을 위한 '미니딜'(부분 합의)로 추가 관세 부과는 일단 보류되었으나 포괄적 최종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되면서 경제 전쟁 장기화 파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나마 미국은 제조업 경기 위축 등 일부 피해가 가시화되긴 했어도 실업률이 지난 반세기 최저치인 3.5%로 개선되는 등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기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심상치 않은 중국 경제 하강세다.

중국의 지난 2분기 성장률이 6.2%로 27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고 조만간 발표될 3분기 성장률에 대해서도 부정적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리커창 총리는 올해 마지노선인 6%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고 했고 내년에는 5%대로 가라앉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중국 국무원 공동 보고서는 생산성 제고를 위한 획기적인 구조 개혁이 없으면 2030년에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충격적 전망을 했다. 더군다나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중국의 경제성장률 공식 통계가 지방정부의 실적 과대 포장 등으로 연평균 1.8%포인트나 부풀려져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경제적 파장과 더불어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도 도전받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달 초 국경절 70주년 연설에서 "어떤 세력도 중국의 근간을 흔들 수 없다"고 했는데 이곳저곳에서 파열음은 불거지고 있다. 홍콩 반정부 시위 사태는 미궁을 헤매고 있고 신장위구르자치구 및 티베트 인권 탄압에 대한 국제사회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몽(夢)의 핵심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신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한 역풍도 만만치 않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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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베트남이 미·중 패권 경쟁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올 상반기 베트남의 대미(對美) 수출은 전년 대비 33% 늘어난 반면, 중국은 12% 줄어들어 베트남의 중국 대체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늘리며 반사이익을 키우는 베트남을 향해 '중국보다 더 고약하게 미국을 이용하는 나쁜 나라'로 지목할 정도다.

베트남의 3분기 성장률은 올해 최고치인 7.3%를 기록, 금년도 성장률이 7%대로 상향 조정되면서 중국에 앞섰다. 사실상 두 나라의 경제성장률 추세는 무역 전쟁이 본격화된 작년을 분기점으로 역전되었다. 베트남의 부상(浮上)은 해외직접투자(FDI) 확대가 직접적인 배경이다. 상반기 중 전년 대비 60% 늘어난 FDI는 주로 5대 투자국(한국, 중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으로부터 유입되었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경제 전망 악화로 아마존·샤프·휼렛패커드(HP) 등 다국적기업들이 줄줄이 중국 생산 시설을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다.

FDI는 투자 대상국의 성장 잠재력과 시장 규모, 합리적 정책과 제도에 따라 결정된다. 베트남은 아세안 10개국 중 가장 견고한 경제성장률과 1억명에 육박하는 인구로 빠르게 증가하는 소비시장이 강점이다. 국민 평균연령 30세의 젊은 인구 분포와 높은 노동생산력, 그리고 유연한 노동시장 여건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공산주의 체제하에서도 동남아 최저 수준 법인세(20%) 등 실용주의적 친기업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해온 것은 외자 유치 성공의 핵심 요인이다.

한국 사정은 베트남과 사뭇 다르다. 국내 투자가 9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올 3분기까지 누적 FDI 유입은 전년 대비 30% 감소, FDI 유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에 긍정적 측면이 있더라도 국내 투자 환경 악화에 따른 탈(脫)한국 추세 때문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과거 멕시코 사태 등 금융 위기는 외국인 자금 이탈 못지않게 내국인 자본 이탈(Capital Flight)로 악화되었다. 전반적인 투자·소비 위축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 평균치가 1%대로 떨어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통계에 따르면 세계 10대 수출국 중 한국 수출은 전년 대비 평균 감소율보다 3배나 크게 떨어졌고 수출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국제 무역 감퇴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글로벌 경제 전쟁이 펼쳐지는 오늘날 대한민국호(號)의 좌초가 걱정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정부의 위기의식 부재는 차치하고 지난 두어 달 ‘조국 사태’로 빚어진 국민 갈등과 국론 분열은 심각하다. 우리가 과거 경제 위기를 성공적으로 조기 극복한 데는 국민 단합이라는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계경제의 높은 파고 속에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려면 국민을 가르고 민심을 흔드는 일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국가 권위와 사회질서가 무너지는데 경제를 살렸다는 나라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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