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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국내 정치 위기 트럼프·시진핑, 무역전쟁 일단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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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중국과 15개월간 벌여온 무역 전쟁에서 1단계 합의에 이르렀다고 지난 11일(현지 시각)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요구해 온 '빅딜(전면적 타결)'이 성사된 것이 아니라 중국이 원했던 '스몰딜'에 가까운 결과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중국의 승리"라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입장을 또다시 번복할 수도 있는 등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 미·중 간 무역 전쟁의 종결까지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류허 부총리 등과 만남에서 "예비적 무역 협정(preliminary trade deal)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1단계(substantial phase one) 합의에 이르렀다"고도 표현했다. 먼저 미 백악관은 "15일부터 25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 관세를 25%에서 30%로 인상하려던 계획을 유예하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400억~500억달러어치를 수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조항을 갖고 있진 않지만 지식재산권, 금융 서비스 개방, 환율 조작 금지 등에서도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번 부분 합의는 향후 3주, 최대 5주 후에 문서로 작성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현재까지 중국산 3620억달러에 15~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오는 12월 계획된 1600억달러에 15% 관세까지 부과하면 사실상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관세를 매기게 된다. 이는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에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게 돼 최근 경기 둔화 징후를 보이는 미국 경제에 악재가 될 전망이었다. 이 때문에 내년 대선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이 일시적 봉합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정치 위기 몰리자 일단 봉합

이날 미국 정부는 '1단계 합의'에 이르렀다고 하면서도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특히 그동안 미국이 강력하게 요구해 온 ▲국영기업 보조금 ▲지식재산권 침해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문제 등에 대한 합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은 또 12월 시행을 예고한 1600억달러어치에 대한 15% 관세 부과를 철회할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화웨이 제재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특히 양국은 지난 5월 워싱턴DC 고위급 협상에 앞서 합의에 근접했다가 실제 협상에선 결렬된 바 있다. 불공정 무역 행위를 시정하는 법률 개정 약속을 합의문에 명기하겠다는 약속을 중국이 뒤집었다는 이유였다.

전문가들은 향후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살펴봐야겠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국내 정치·경제 문제로 코너에 몰리자 일단 확전을 피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꺾이고 있는 데다 야당이 탄핵까지 추진하고 있어 내년 11월 대선까지 무역 전쟁을 미룰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시진핑 주석 역시 홍콩 민주화 운동, 급속한 경기 둔화 등의 문제에 시달리는 가운데 무역 협상에서 성과를 내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 불확실성 여전

미·중 무역 전쟁이 1단계 합의에 이르렀다는 소식에 뉴욕증시(다우존스산업평균)는 1.2% 상승했다. 그러나 당장 한국 경제에 미쳐온 부정적 영향이 해소될 가능성은 낮다. 이날 미국 정부는 관세 인상 계획을 유예했을 뿐 기존에 중국산 제품 2500억달러어치에 부과하고 있던 25% 관세와 1120억달러어치에 대한 15% 관세를 철회하지 않았다. 중국산의 미국 수출이 막혀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중국 경제 상황이 급속히 회복될 가능성도 낮다.

한국은 미·중 무역 전쟁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다. 지난 1~7월 누적 수출액은 3173억달러(약 380조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9% 감소했다.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작년 수출액 세계 6위였던 한국은 올 들어 누적 수출액에서 8위로 내려앉았다. 대(對)중국 수출 감소가 주원인이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중국이 금융시장 개방, 지식재산권 보호 등에 합의한다면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양국이 전략적으로 택한 일시적인 휴전 상태에 가까운 지금 단계에선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정 기자(wel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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