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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지역 넘어 流域 문학으로… "방언의 맛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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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기 등 유역 문학운동 제시

"방언 문학, 사투리뿐 아니라 지역 고유의 생활·역사도 계승"

"지역(地域) 문학을 대체하는 유역(流域) 문학을 제시한다."

충청 문인들이 지난 12일 공주대에서 '2019 금강유역문학축전'을 개최하면서 새로운 문학 운동을 제안했다. 공주에서 활동 중인 소설가 김홍정은 "동학혁명을 노래한 '금강'의 시인 신동엽 50주기를 맞아 금강을 무대로 한 동학과 문학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축전을 열게 됐다"며 "중앙과 지방으로 나뉜 기존의 지역 문학론을 극복하는 새 개념으로 유역 문학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충남작가회의가 주최한 이날 축전은 심포지엄과 시 낭송, 무용극, 금강·동학 현장 방문 등으로 진행됐다.

조선일보

대전 출신 문학평론가 임우기는 “유역 문학론은 서양 문학론에서 벗어나 동학과 무속의 전통을 사상적 기반으로 삼고, 개인 방언을 문학 언어로 적극 활용하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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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전의 중심은 문학평론가 임우기가 주제 발표를 맡은 '유역문학론' 토론회였다. 임우기는 기존 낱말 '유역'(강물이 흐르는 언저리)에 새 개념을 불어넣었다. 그는 "고착된 지역이 아니라 흐르는 지역, '유역'이 네트워크를 이루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중앙에 종속된 지역이 아니라 저마다 독립적이고 서로 평등한 유역이 문학 운동을 펼쳐야 한다. 금강 유역의 문학을 비롯해 섬진강 유역 문학과 낙동강 유역 문학 그리고 한강 유역 문학으로 구성된 4대강 문학 운동을 시작해 앞으로 북한 유역 문학까지 포함해야 한다." 그는 유역 문학이 전 세계 각 유역 문학과 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도 기여하리라고 보고 있다.

유역문학론은 방언을 살리는 문학 운동을 추구한다. 충청 방언을 구사한 이문구의 소설 '관촌수필'과 김성동의 대하소설 '국수'가 모범 사례. 언어뿐 아니라 지역의 고유한 역사 계승도 유역문학론의 핵심이다. 김홍정의 역사소설 '금강'은 금강 유역 주민들의 고유한 언어생활과 풍속을 되살린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부여 출신으로 동학혁명을 노래한 신동엽에 대해서 유역문학론은 '후천개벽 세상을 세우기 위해서 시원을 살펴서 근본으로 되돌아간다는 동학사상의 깊은 의미를 깨달은 시인'으로 높이 평가한다. 충청 문학이 유역 문학의 핵심은 아니다. 평북 출신 시인 백석은 개인 방언과 토속 정서를 활용했을 뿐 아니라 샤머니즘의 주술 언어도 되살림으로써 '시인, 시적 화자, 무당'이 통합된 현대시를 빚어냈다는 것.

토론자로 나선 오봉옥 시인은 "유역문학론은 1970년대 민족문학론 이후 모처럼 제기된 문학의 거대 담론"이라며 "방언문학론이 남다른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임우기는 "방언문학은 그냥 사투리로 쓰는 문학만이 아니라 작가 개인의 생활 호흡에서 나온 방언을 중시한다"며 "문학을 서울 표준어로 써야 한다는 표준어 문법주의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청준의 '서편제'엔 남도 사람들이 나오는데 다 표준어를 쓰고, 황석영의 '객지'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온 노동자들이 다 서울말을 쓴다. 박상륭 소설엔 전북 장수의 방언이 일부 나오지만, 소설 전체를 이끄는 작가의 말투는 표준어다. 유역문학론은 4·19세대 문학 이후 더 굳어진 표준어 지배 관행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공주=박해현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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