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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CEO] `타다` 중대기로…韓 모빌리티 혁신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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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타다의 문제는 저희뿐 아니라 모빌리티 생태계 전체가 직면한 문제입니다. 국토교통부의 택시제도 개편안이 충분한 세부 합의 없이 굳어진다면, 비용·차량 수급 등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힘든 진입장벽이 생기게 됩니다. 차량총량제, 기여금 방식, 렌터카 허용 여부 등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지난 10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최근 국토부·택시업계와의 갈등에 대해 "단순히 기업 한 곳의 문제가 아니다. 스타트업과 모빌리티 생태계 전반의 사활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2011년 VCNC를 창업해 커플 전용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비트윈'을 출시했다. 비트윈은 국내외 이용자에게 인기를 끌며 다운로드 수 2600만건을 돌파했다. 박 대표는 창업 멘토였던 이재웅 쏘카 대표에게 회사 인수 제의를 받고, 지난해 7월 VCNC라는 사명 그대로 쏘카 자회사로 합류했다. 인수 이후 VCNC는 차량 호출 앱 서비스 개발을 담당했고 3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타다를 출시했다.

타다는 출시된 이래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모빌리티 서비스다. 불과 1년 만에 가입자 125만명, 운행 차량 1400대 수준 서비스로 성장했다. 렌터카 기반 호출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 외에도 준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 장애인 노약자를 위한 서비스 '타다 어시스트', 공항 이동 전용 서비스 '타다 에어' 등도 선보였다.

VCNC는 지난 7일 타다 출시 1주년을 맞아 내년까지 운행 차량을 1만대까지 늘리고 서울·경기를 넘어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박 대표는 "수요의 급속한 성장을 고려할 때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차질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1만대 정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같은 날 즉각 입장을 내고 "3월 사회적 대타협 및 7월 택시제도 개편 방안에 따라 새로운 플랫폼 운송사업 제도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타다의 1만대 확장 발표는 그간의 제도화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사회적 갈등을 재연시킬 수 있는 부적절한 조치"라며 반발했다. 택시 4단체(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도 10일 성명을 통해 "타다의 불법 영업을 엄단하고, 택시제도 개편 방안을 위한 실무 논의 기구에서 타다를 배제할 것"을 요구했다.

국토부는 지난 7월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안'을 통해 타다처럼 차량을 직접 운영하며 호출하는 서비스에 대해 택시 감차 추이, 이용자 수요, 국민 편익을 고려해 허가 총량을 정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세부 사항을 결정하기 위해 카카오 같은 모빌리티(이동) 기업들과 택시업계가 참여한 실무기구 논의를 진행 중이다. 렌터카 허용 문구는 원안에 있었으나 발표 직전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이 같은 반발이 타다의 서비스 전략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만대 목표는 우버처럼 지역 상황을 고려해 택시가맹, 다양한 사업자와 협력 등 여러 차량 수급 방식을 포함한 것으로, 단순히 렌터카를 1만대로 늘린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전국에 모두 타다 베이직처럼 렌터카로 진출하려는 것이 아니다. 택시보다 비싼 타다 베이직을 지방에 그대로 적용하면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지역에 따라 경제력, 교통 상황, 택시 면허 비용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춰 다양한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택시제도 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국토부에서 플랫폼 사업자가 총량에 얽매이지 않는 수준으로 허용해 주겠다는 얘기가 있어 사업계획을 잡았는데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타다처럼 차량을 직접 운영하며 호출하는 방식에 한해서는 국토부 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신중히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VCNC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총량제, 기여금, 렌터카 허용 등 입장을 합의해 법안에 직접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현재 추세로는 스타트업이 타다처럼 사업하기 힘든 진입장벽이 쳐진다고 우려했다. 총량을 사전에 규제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생길 때 대안을 모색하는 사후 규제도 건의했다. 박 대표는"미국 등 다른 나라처럼 사전에 총량을 정하지 말고 시장을 키워 나가면서 기존 산업과 문제가 수치로 증명되고, 교통에서 문제가 발견됐을 때 규제하면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며 "한 대당 동일한 기여금을 내면 경차, 전기차 등 다양한 차종을 활용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횟수든 이익에 연동되든 사업 성장 과정에 맞춰 기여금을 내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일단 합의한 뒤 타다가 이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면 되지 않느냐는 외부 시선에 대해서는 "콜버스, 카풀 등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내놓은 서비스가 계속 무산되고 있고 차를 무조건 직접 구매해 사업해야 하는 등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타다가 망하게 되더라도 다른 스타트업의 진출 가능성까지 막아선 안 된다. '타다가 모빌리티 스타트업들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VCNC의 핵심 과제로 준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의 성장을 꼽았다. 타다 프리미엄은 렌터카를 활용해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타다 베이직'과 달리 준고급 택시를 호출해 주는 서비스다. 프리미엄 택시로 전환하고 싶은 법인·개인택시가 타다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상생 모델로 개발됐다.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80여 대가 운행 중이며, 개인 기사 역대 하루 최고 매출은 49만9000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에는 덕왕운수가 법인택시로는 처음으로 타다 프리미엄 파트너로 합류했다. 덕왕운수는 전체 81대 소속 택시 중 20대로 타다 프리미엄 운영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 안에 절반 이상, 2021년까지 모두 타다 프리미엄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단체의 목소리와 개별 택시기사 목소리는 다르다. 타다 프리미엄 활동 기사는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삶이 나아졌다는 분이 많다"며 "궁극적으로 타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분들이 더 많은 수익을 갖고 간다는 것을 수치로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택시기사들이 면허 값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더 많은 사람이 기존보다 나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과거에는 직업 전환을 하는 분들이 과도기에 할 수 있는 직업이 대리운전기사 등에 국한됐지만 긱이코노미가 확산되며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면서 "재무적인 문제뿐 아니라 기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더욱 개선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e is…

△1985년 출생 △2011년 서울대 전기공학과·경영학과 졸업 △2011년 VCNC 창업 △2011년 10월 커플 전용 채팅 앱 '비트윈' 출시 △2018년 7월 이재웅 대표가 VCNC 인수하며 쏘카 합류 △2018년 10월 차량 호출 앱 '타다' 출시 △현재 VCNC 대표, 쏘카 최고운영책임자(COO)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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