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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김현아의 IT세상읽기]돌직구 ‘타다’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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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없는 타다 논쟁

국토부의 과민 대응, 업계도 깜짝 놀라

택시 감차수 이내의 모빌리티 혁신 한계

로봇 택시가 10년 내 오는데

혁신 성장 부작용 해소는 정부 몫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타다가 지난 7일 정부의 모빌리티 개편안과 온도 차가 나는 서비스 1만 대 확장 계획을 발표하자, 국토교통부가 즉각 타다의 서비스 근거인 ‘유상운송 근거 조항’을 바꾸겠다고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타다가 정부와 함께 하는 논의를 무시하니, 우리는 너희를 불법화할 수 있다고 협박한 것이죠.

다음 날(8일) 타다가 공식 자료를 내고 “1만 대 확대 계획엔 (논란인 타다 베이직 외에도) 타다 프리미엄, 타다 어시스트, 가맹 택시 등이 포함돼 있다”며 “바뀌게 될 법과 제도를 준수하며 사업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일촉즉발의 위기는 진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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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를 서비스하는 VCNC의 박재욱 대표. VCNC 제공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타다 본사 앞에서 서울개인택시조합원들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확대 운영 방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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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들이 정부에 타다 불법영업 엄단을 요구하고 국회에 타다를 불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지만요.

‘타다’는 11인승 이상 승합차의 경우 차와 기사를 동시에 고용할 수 있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근거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죠. 그래서 ’타다’를 두고 불법이냐, 합법이냐 논쟁이 있는 것입니다.

소비자 없는 타다 논쟁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면서 궁금해지는 점이 있었습니다.

정부 뜻에 반하는 기자 회견을 한 타다나, 스타트업(초기벤처) 한 곳의 발표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한 정부, 타다 베이직(렌터카를 활용한 유상 택시 모델)때문에 일자리를 걱정하는 택시만 있을 뿐, 어디에도 소비자는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20% 정도 요금이 비싼 타다에 대해 “없애라”고 외치지 않습니다. 승차거부가 없고, 편안하고 깨끗하며,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필요할 때 1달간 예약해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택시가 타다라면 택시요금 인상이라는 부작용이 눈에 띄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획일적인 요금제 대신 좀 비싸도 다른 가치를 주는 모델말이죠. 그런데 타다 논쟁에는 이런 의미는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토부의 과민 대응, 업계도 깜짝 놀라

국토부가 이례적으로 스타트업 서비스에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보낸 것도 정부가 혁신 기업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어 안타깝습니다. 타다의 행위가 정부의 모빌리티 개편안 강행에 저항하는 돌직구였다해도, 정부가 기업의 기자회견 직후 협박에 가까운 공식 자료를 낸 것은 이례적이죠. IT 업계에서는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국토부가 타다를 아예 불법으로 만들지, 아니면 면허총량제를 기반으로 한 법안을 통과시켜 고사시킬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점은 정부 계획대로라면 당분간 우리나라의 모빌리티 산업은 현재의 택시를 감차하는 숫자에 맞춰 진행되리란 겁니다. 즉, 타다 같은 사업을 하려면 면허를 따야 하는데, 그 면허는 택시 감차수 이내의 숫자로 발급되는 것이죠.

택시 감차수 이내의 모빌리티 혁신 한계

열악한 택시 종사자들이나 공급이 과잉된 택시 산업의 어려움을 고려해도, 이런 방식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우버나 그렉같은 회사가 탄생하긴 어려울 듯 합니다. 타다뿐 아니라 렌터카에 기반한 모빌리티 모델을 준비 중인 차차 등도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죠.

국토부 정책에 대해 “마치 물류 로봇 같은 스마트공장 솔루션을 도입하는 기업은 직원을 구조 조정 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라”고 윽박지르는 것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가자는 정부가 혹시 혁신이 추진되는 과정에 불가피한 ‘파괴’라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걸까요?

IT 업계에서는 모빌리티 정책에는 힘 센 국토부만 있고, 4차산업혁명위원회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없다는 말도 합니다. 블록체인 정책에 힘 센 금융당국만 있는 것과 마찬가지죠.

로봇 택시가 10년 내 오는데..혁신 성장 부작용 해소는 정부 몫

안타까운 점은, 국토부의 모빌리티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도 택시 기사들의 일자리 안정성은 여전히 위협받는다는 점입니다.

자율주행 기반의 로봇 택시 때문이죠. 당장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줍스(ZOOX)가 2021년부터 시범서비스에 나서기로 했고, 우리나라에서도 2030년이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택시 기사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일은 타다를 불법화하는 걸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모빌리티 산업에 돈과 기술이 흘러야 하죠.

택시 산업의 퇴로를 만들고 미래 세상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정부 몫입니다. 이를 기업에 전가하는 듯한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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